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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번엔 다르다> 저자 라인하트 “금융위기 재발위험, 과소평가되고 있다”

등록 2019-06-03 14:55수정 2019-06-03 20:39

3일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 기조강연
“막대한 규모 ‘숨겨진 부채’ 글로벌 위험”
“이번엔 다를 것이란 낙관 태도 경계해야”

”저금리 하 과도한 위험추구선호 여전”
“세계경기 하강 재정·통화정책 여력 감퇴”
“중국 정책선택 딜레마…신흥국 과다부채”
”기축통화 달러 위상 흔들릴 공산 커”
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 주최 ‘2019년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한국은행 제공
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 주최 ‘2019년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한국은행 제공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경제학)와 함께 펴낸 책 <이번엔 다르다>(2009)에서 “금융위기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과거와 유사한 양상으로 되풀이되는 패턴을 보인다”고 주장한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경제학)가 “최근 각국 가계·기업·공공부문에 존재하는 막대한 규모의 ‘숨겨진 부채’가 글로벌 위험으로 존재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재발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부채 및 기업 위험 등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가까운 미래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이 퍼져 있는데다 세계교역 감소 추세까지 심각하다”며 “정책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에는 다를 것(위기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해온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인하트는 3일 한국은행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주제: 글로벌 경제의 연계성) 기조연설에서 최근 선진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으로 △경기둔화 대응에 필요한 재정·통화정책 여력의 제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 감소 등 탈세계화 현상 △저금리 하의 과도한 위험추구 선호 현상 등을 꼽았다. 그는 “세계경제가 지금의 확장국면을 끝내고 다시 하강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이미 매우 낮은’ 정책금리 하에서 통화당국의 정책수단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저금리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의 위험추구 선호 행동으로 주식·주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부채발 버블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위기 이후 경기침체에 대응해 미국 정책금리는 연 6%포인트 가까이(2007년 5.25%→최저 0%) 낮아졌고 유럽·일본경제는 이미 마이너스 금리에 접어들어 있어 통화정책 여력도 거의 소진된 상태라는 얘기다.

재정정책 수단도 고갈되고 있다. 그는 “인구 고령화나 가계부채 외에도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각국의 정부 부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경기둔화 때 활용할 재정 여력도 감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재정적자)가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정부 부채 증가와 함께 민간에서의 차입 조달 증권투자가 위험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쪽의 위험요인으로는 △경기 대응과 환율정책을 둘러싼 중국 인민은행의 정책선택 딜레마 △신흥국의 과다 부채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대출차입을 해온 저소득 국가들의 부채 악화를 꼽았다. 그는 “2013년 이후 성장 정체국면에 이른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 완화냐, 위안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통화 긴축이냐는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며 “중국이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신흥국들에 빌려준 막대한 대출액도 ‘숨겨진 부채’로 존재하면서 채무불이행 위험이 신흥국 전반으로 감염될 수 있는데 이런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러 신흥경제와 개도국을 보면 이런 중국발 부채 외에도 이보다 더 큰 규모의 ‘달러 부채’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달러화 강세에 따라 신흥국의 달러표시 부채 증가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980년대 신흥시장 부채 위기와 1990년대 동아시아 위기 같은 신흥경제의 ‘해외채무발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 등 시장참가자들은 여전히 저금리에 도취된 채로 위험추구 선호 행동을 보이면서 부채 버블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은 신뢰 취약성을 드러내며 언제든지 부서질 수 있는데도, 가까운 장래에 도래할 수 있는 위기 위험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작년부터 정책금리 인상에 나섰음에도 가계 등 민간의 대출 차입액 지표 등 금융 조건은 여전히 작년까지 완화적인 모습을 보였고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며 “상환불이행 위험이 높은 고수익 회사채와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국채 금리 사이의 금리 격차가 크게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부문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기업부채가 최근 저신용 기업들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는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시장에 나타난 투자자들의 위험추구 현상과 유사하다”며 “아시아 등지의 ‘부채 위험 경제’는 경제적·정치적 취약성이 복합 작용하면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와 면담하고 있는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한은 제공
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와 면담하고 있는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한은 제공
그는 글로벌 무역 및 수출성장률의 급감도 향후 예상할 수 있는 금융위기 요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그가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대공황기인 1928년부터 2008년까지 글로벌 교역은 연간(평균) 7.8% 성장했는데 2009년에 마이너스로 후퇴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세계무역 평균 성장률이 5.9%에 달했으나 위기 이후엔 2.4%로 대폭 줄었다. 라인하트는 “미-중 무역분쟁이 대표하듯 세계화 추세가 약화되고 탈세계화로 인해 세계교역 증가율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금융위기 이후 각국 경제가 회복됐다고하지만 각국의 부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고, 특히 신흥국들이 가장 취약하다”고 말했다.

라인하트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도 궁극적으로는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전세계 총생산(GDP)에서 미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대에 거의 30%대에 육박했으나 2016년에 18%로 줄었다. 반면 전세계에서 미국 달러를 무역결제·교환의 기초통화로 삼는 나라들의 비중은 같은 기간 20% 후반에서 60%대까지 크게 늘었다. 유로화(1950~1998년까지는 프랑화 및 마르크화)를 기초통화로 사용하는 국가의 비중은 1950년대 12%에서 2016년에 28%까지 늘어난 반면 세계 총생산에서 프랑스·독일경제 비중은 1960년대 약 11%에서 2016년에 5%대로 줄었다. 라인하트는 “유럽경제에 비해 미국 경제와 달러화에서 이 기간동안 격차가 훨씬 큰 것을 볼 수 있다”며 “(지구경제에서 미국 경제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달러화의 기축통화 유통 비중은 늘고 있는데)과연 달러가 지금 누리는 기축통화 위상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로고프 교수와 함께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한 경제혼란 가능성을 예측했던 라인하트는 2009년에 로고프 교수와 함께 펴년 책 <이번엔 다르다>에서 “우리가, 이번엔 다를 것처럼 여기는 어리석은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과거의 모든 금융위기를 보면, 그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생각하는것보다 흔히 나타나고, 과거 사례와 유사한 패턴으로 발생·전개된다”고 주창했다. 금융위기는 호황과 붕괴의 리듬을 타고 빈번하게 발생하며, 과도한 부채와 신흥시장으로 몰려드는 자본흐름의 변덕성 및 갑작스러운 발작적 반전 등에서 그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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