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 주최 ‘2019년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한국은행 제공
“금융위기 재발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번엔 다르다>라는 책을 통해 “금융위기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과거와 유사한 양상으로 되풀이된다”고 주장했던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경제학)가 최근 세계경제에 대해 던진 경고 메시지다.
라인하트는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주제: 글로벌 경제의 연계성) 기조연설에서 “최근 각국 가계·기업·공공부문에 존재하는 막대한 규모의 ‘숨겨진 부채’와 시장에서 기업·투자자의 과도한 위험추구 선호 행동이 글로벌 위험으로 퍼져 있고, 세계교역 감소 추세까지 심각하다”며 “정책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에는 다를 것(위기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해온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확장국면을 끝내고 하강국면에 들어설 경우 ‘이미 매우 낮은’ 정책금리하에서 경기둔화 대응에 필요한 정책수단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정책 대응수단도 거의 소진되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각국의 정부 부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활용할 재정 여력도 감퇴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재정적자)가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정부 부채 증가와 함께 민간에서의 차입 조달 증권투자가 위험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쪽 위험요인으로는 △경기 대응과 환율정책을 둘러싼 중국 인민은행의 정책선택 딜레마 △신흥국의 과다 부채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국외차입을 해온 저소득 국가들의 대출부채 악화를 꼽았다. 그는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 완화냐, 위안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통화 긴축이냐는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며 “중국이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아프리카·남미 신흥국에 빌려준 막대한 대출액도 ‘숨겨진 부채’로 남아 채무불이행 위험이 신흥국 전반으로 감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러 신흥경제는 중국발 부채 외에 이보다 더 큰 규모의 ‘달러 부채’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달러화 강세에 따라 신흥국의 달러표시 부채가 증가하면서 ‘해외채무발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특히 투자자 등 시장참가자들이 여전히 저금리에 도취된 채로 위험추구 선호 행동을 보이면서 부채 버블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섰음에도 가계 등 민간의 대출 차입액 지표 등 금융 조건은 여전히 완화적인 모습”이라며 “상환불이행 위험이 큰 고수익 회사채와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국채 금리 사이의 금리 격차가 크게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부문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기업부채가 최근 저신용 기업들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는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시장에 나타난 투자자들의 위험추구 현상과 유사하다”며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지속 중인 아시아 등지의 ‘부채 경제’는 경제적·정치적 취약성이 복합 작용하면 실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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