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를 지속중인 수출이 4월을 분기점으로 회복 조짐을 잠깐 보였으나 미-중 무역분쟁 격화 이슈가 부각된 5월에 곧바로 고꾸라진 뒤 6월 들어 더 악화하고 있다. 5월 중순 이후 수출 실적이, ‘하반기 회복’이라는 정부의 기존 전망 경로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수출 부진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 조사국 관계자는 “수출은 월초에 비해 월말에 선적이 집중되기 마련이라 월말에 가까울수록 실적이 좋아지는데 5월에는 이 흐름이 완전히 깨져 심상찮게 봤다”며 “6월초 실적도 크게 나빠져, 하반기 회복 기세를 보일 것 같던 수출 흐름에 확연히 ‘이상기류’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통관 기준) 흐름을 보면 1월 -5.9%(전년동기대비·이하 동일), 2월 -11.4%, 3월 -8.2%, 4월 -2.0% 등으로 3월부터 감소폭이 점차 줄면서 5월 실적은 소폭 마이너스나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5월 들어 1~10일까지 다시 -7.3%, 1~20일 -12.1%를 기록했고, 월말 수출집중 효과도 거의 사라지면서 -9.5%로 또 내려앉고 말았다. 6월 들어서는 1~10일 -16.6% 1~20일 -10.0%로 더 나빠지고 있다.
4월 지표에서 반짝 회복 조짐을 보이며 반전 기대가 일었던 수출이 5월에 다시 급락한 배경엔 미-중 무역분쟁이 있다. 5월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한 자신의 트위터 언급을 실행에 옮긴데 이어, 5월16일 중국 화웨이 제품에 대한 구매제한 조처를 단행했다. 한은 쪽은 “5월10일 전후로 벌어진 일련의 미-중 분쟁 격화 양상에 따라 세계경제 흐름에 대한 글로벌 생산·투자기업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의 선적을 늦추거나 지연하는 일이 잇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물량·금액지수(통관 기준·2015년=100)에서도 이런 ‘돌변’이 확연히 드러난다. 수출물량지수 등락률은 2월(93.7) -4.3%(전년동월대비), 3월(111.1) -3.3%, 4월(113.6) +2.2%로 회복 기운이 보였으나 5월(111.0)에 다시 기대가 무너지면서 -3.1%를 기록했다. 수출금액지수 등락률 역시 2월(94.0) -9.4%, 3월(111.1) -8.8%, 4월(113.4) -4.2%로 회복 조짐이 나타났으나 5월(110.0)에 다시 -10.7%로 곤두박질쳤다. 5월 등락률은 2016년 4월(-13.4%)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와 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지난 20~21일에 낸 한국 수출 전망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과 반도체 수출 부진 지속으로 수출 모멘텀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5월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B)은 2019년 세계교역신장율 전망치를 기존 전망(3.6~3.7%·올해 초)에서 대폭 낮춘 2.1%(오이디시), 2.6%(세계은행)로 제시했다. 한은도 지난 4월 경제전망(수정)에서 내놓은 올해 수출증가율 전망치(하반기 -1.0%, 연간 -3.1%·통관기준)를 대폭 하향 조정할 공산이 커졌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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