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제조업 분야의 해외투자 증가율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의 2배를 넘었고, 이런 ‘투자 역조’로 인해 제조업에서만 직간접적인 일자리 유출 규모가 연간 4만명을 넘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7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국내외 투자 추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한경연은 분석 결과 국내 설비투자는 2009년 99조7천억원에서 2018년 156조6천억원으로 연평균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중 제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51억8천만달러에서 163억6천만달러로 연평균 13.6% 증가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의 2.7배에 달했다.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6%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도 -16.1%로 저조한 상태다.
한경연은 “지난해 제조업분야 외국인 직접투자는 69억8천만달러로 해외 직접투자 163억6천만달러에 비해 100억달러 가까이 적었다”면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런 직접투자 순유출로 제조업에서만 직간접 일자리 유출 규모가 누적 기준 41만7천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자리 유출 규모는 직접투자 순유출액에 취업 유발계수를 곱해 추정했다.
한경연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한국,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스페인 5국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이 2009년보다 감소한 나라는 한국(-0.1%포인트)이 유일했다고 밝혔다. 또 GDP 대비 순투자(외국인 직접투자-해외 직접투자) 비중이 감소한 나라도 한국(-0.6%포인트)이 유일했다. 나머지 호주(2.5%포인트), 스페인(0.1%포인트), 이탈리아(0.3%포인트), 캐나다(0.6%포인트)는 모두 비중이 높아졌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국내투자 부진은 투자를 저해하는 각종 기업 규제 때문”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별 외국인투자 관련 제도를 평가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제 지수’에서 한국은 0.135로 36개 회원국 중 31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제강도가 높다”고 말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외국인 직접투자 규제 지수는 0.065로, 외국인 직접투자 규제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규제강도가 높다는 의미다. 한경연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기업 관련 규제 순위에서도 한국은 올해 63개국 중 50위를 차지해,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투자 역조’ 원인에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통상압력을 무기로 휘두르며 해외기업의 자국 투자를 유치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가 ‘거대 소비시장’을 겨냥해 나갔던 중국에서 다시 베트남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등 여러 외부요인도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8년 말 지역별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017~2018년 한국기업의 미국 직접투자는 247억달러가 늘어나, 2016년 말 투자잔액(693억달러)에 견줘 36% 급증했다. 또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에 대한 직접투자도 2017~2018년 159억달러가 늘어나, 2016년 말 투자잔액(599억달러)에 비해 26.5% 증가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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