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미국을 방문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의회와 경제통상 관련 인사들을 만나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알렸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정부인사와 미국 의회, 업계 인사들은 한국 입장에 공감을 표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26일 산업부는 지난 23~25일(현지시각) 미국 방문 기간 동안 유 본부장이 로스 상무장관 등 정부인사와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공장이 있는 지역구 의원인 마이클 맥컬 하원 외교위 간사 등 의회인사를 접촉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함을 알렸다고 밝혔다. 또 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전미제조업협회(NAM) 등 업계와 헤리티지 재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싱크탱크, 통상전문가와 외교정책전문가 등 20여명을 만나 우리 쪽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미국 인사와의 면담에서 “일본 조치는 기술적 우위와 무역의존도를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신뢰와 국제무역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선례”라고 강조하며 “이번 조치는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미국 수요·공급기업 등 관련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치 발표 이후 반도체 디(D)램 가격이 20% 이상 인상되는 등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미일 공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미국 쪽에서는 한국 입장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표시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스 상무장관은 ‘일본의 조치가 조속히 철회될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해달라’는 우리 쪽 요청에 대해 “이런 조치가 미국 산업 및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한국의 설명에 공감하고,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의회인사들도 한미 동맹과 동북아 역내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 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관련 업계에서도 일본의 수출규제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 등은 “일본 조치로 인한 영향을 이미 체감하기 시작했고, 한일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제기한 대로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수출규제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조치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일방적인 수출통제정책은 공급망 붕괴를 초래한다’는 취지의 미국 내 반도체 관련 6개 단체 공동명의의 서한을 유 본부장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유 본부장은 일본수출규제조치 관련 향후 대응에 대해서 “국내에서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대외적으로는 조속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일측과 대화노력을 이어나가고, 다음달 2일 열릴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를 포함한 다자·양자협의를 계기로 일본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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