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체계를 개편한다. 기존 지원이 단기·소액 중심이었다면 개편안은 지원 기간과 금액을 늘리고,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도 2천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 수출규제 조처로 불거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도 지원을 강화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1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 아르앤디 지원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중소기업 아르앤디는 지원하고 끝이다, 시장성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많아 개편이 절실했다”며 “정부가 특정 기술을 지정하는 방식인 ‘톱 다운’에서 현장의 수요조사 뒤 지원하는 ‘바텀 업’ 방식의 아르앤디 지원을 시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 지원 기간·금액 늘리고 4차 산업혁명 분야 강조
이번 대책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유망 기술 분야를 중점 지원하고, 아르앤디 지원 기간과 금액도 늘린다는 점이다. 중기부는 우선 현행 1년·1억원 중심의 단기·소액 중심의 지원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아이디어 구현(1단계)부터 아이디어의 시장검증을 성공한 단계(2단계), 사업화에 성공한 단계(3단계)로 구분하고 지원 규모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1단계는 1년·1억원 안팎으로 지원되지만 2단계는 2~3년간 2억~1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3단계에서는 3년 이상 최대 2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4차 산업의 전략 기술분야인 시스템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 등 20개 분야에 대해서는 지난해 1632억원보다 370억원가량 늘어난 연간 2천억원 이상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과 연결되는 범용기술이므로 가점·우선공모로 우대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미래 선도형 3대 신산업인 시스템반도체·미래형자동차·바이오헬스 분야는 우선 공모 등을 통해 매년 1천억원 이상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했다.
■ ‘탈일본 국산화’ 위한 대-중기 아르앤디 확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형 아르앤디’도 활성화된다. 상생형 아르앤디는 대기업이 구매를 조건으로 중소기업에 아르앤디를 지원해주는 ‘구매조건부 아르앤디’에서 대기업의 구매의무를 면제한 것으로, 중기부는 “불확실한 결과물에 대한 대기업의 구매의무를 면제해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실험적·모험적 아르앤디를 장려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구매의무가 면제되는 대신 최대 2년·10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었던 건당 지원을 최대 3년·24억원으로 늘린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아르앤디가 있지만 그 결과물들을 중소기업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또 (아르앤디 종료 뒤) 시장 환경이 변하게 되면 구매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생겨 아르앤디에 소극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 그런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으로선 구매확보가 되지 않으면 아르앤디에 소극적일 수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는 “지원 규모를 늘렸기 때문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이 많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 산-학-연 확대하고 선정과정도 개편
이 밖에도 중기부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전략품목 아르앤디 우선 지원 △보조금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벤처캐피탈(VC)을 활용해 ‘선 민간투자, 후 정부매칭’의 투자형 아르앤디 도입 △산-학-연 협력 아르앤디를 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2018년 기준 39%) △도전성 평가 상위 30% 이내 과제에 대해서는 아르앤디 실패 면책 인정 범위 확대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선정과정의 공정성·복잡함 등을 개선하기 위해 △신청기업-평가위원 간 토론식 평가 도입 및 피평가기업의 평가위원 역평가 실시 △아르앤디 신청 시 제출서류 5종을 사업계획서 1종으로 간소화 등을 하겠다고 했다.
중기부는 정부 전체의 중소기업 아르앤디 성과를 높이기 위해 관계부처 특별기획팀(태스크포스·TF)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영선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이슈를 최초로 제기한 클라우스 슈밥 박사의 “새로운 세계에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먹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빠르고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이 시장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언급하면서 “중소벤처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기회로 삼아 시대를 선도하는 신산업 창출의 주역이 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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