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의 장·단기 금리 격차가 11년 만에 최저로 좁혀지고 수출·내수 등 실물 경기 지표가 나빠지면서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다음 달 경기정점을 공식 판정할 예정이다. 경기 정점이 확정되면 현재 경기 상황을 보다 분명하게 판단할 근거가 마련된다.
18일 통계청의 설명을 들어보면 정부는 다음 달 중순 국가통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회를 열어 경기 기준순환일 설정을 논의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분과위원회 개최 일정을 조율 중이며 이번 주 중으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사전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6월에 국가통계위원회 회의를 열었으나 “근거 지표들을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판정을 보류하고 9월에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경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저점에서 정점으로 올랐다가 다시 저점으로 내려오는 구간이 한 ‘순환기’다. 현재 우리 경제는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된 '제11 순환기'에 속해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등 지표 흐름을 고려할 때, 정점은 2017년 2~3분기가 유력하다. 4년 이상 상승하다, 2년째 하강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경기 하강 국면이 가장 오래 지속한 때는 1996년 3월부터 1998년 8월까지로, 29개월(2년 5개월)이었으므로, 향후 6개월 안에 저점을 찍지 못하면 이번 순환기의 경기 수축 기간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을 보면 곧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 갈등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제조업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1.172%, 3년물 금리가 1.095%로, 장·단기 금리 차이가 0.07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2008년 8월(0.06%포인트) 이후 최저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먼 미래까지 돈을 빌려주는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높다. 그런데 장기 금리가 떨어져 단기 금리에 가까워지거나 역전되는 것은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 조기 집행, 내년도 확장 재정 등을 펴며 경기 침체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경기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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