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현지시각) 타이 방콕의 중심부에 있는 대형 쇼핑몰 센트럴월드. 쇼핑몰 1층 가운데에 침실과 화장방(파우더룸), 사무실처럼 꾸며진 부스가 있었다. 중소기업 공동브랜드인 ‘브랜드케이(K)’의 전시실이다. 이곳에 전시된 천연샴푸, 로봇 청소기, 고양이 운동기구 등 제품 70여개는 모두 한국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했다. 주말이었던 지난 1일 방콕 시민 1만여명이 이 전시실을 돌아봤다고 한다. 이곳에서 친환경 어린이 화장품을 선보인 제이앤피인터내셔널의 심재성(44) 대표는 “동남아 시장은 처음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들어만 가면 한류 영향 덕에 좋다”며 “브랜드케이를 통해 글로벌 비투시(B2C)를 직접 주선해줬다. 제품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중소기업으로선 정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2일 오후(현지시각) 타이 방콕의 쇼핑몰 센트럴월드에서 ‘브랜드케이 팝 쇼’를 앞두고 타이 시민들이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 중기부 제공
정부가 중소기업의 신남방 지역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 공동브랜드인 브랜드케이를 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3국 순방에 맞춰 2일 오후 방콕의 쇼핑몰인 센트럴월드에서 브랜드케이 출시 행사를 열고 출범을 알렸다. 국내에서 생산된 중소기업 제품은 일정한 평가를 거쳐 각각의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케이’라는 단일 브랜드를 달고 수출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 만든 시계에 붙이는 단일 브랜드 ‘스위스메이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해 국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2일 오후(현지시각) 타이 방콕의 쇼핑몰 센트럴월드의 ‘브랜드K’ 전시실에서 관람객과 바이어들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중기부 제공
중기부는 그간 중소기업 브랜드가 국외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왔기에 브랜드케이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7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09곳을 대상으로 벌인 ‘중소기업 브랜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브랜드인지도 부족으로 영업에 제약을 겪었다는 기업이 83.3%였으며 수출기업의 98.5%는 국외 인지도 있는 브랜드가 수출에 도움이 될 거라 응답한 바 있다. 이날 전시실에서 만난 엘이디(LED)전등 기업 디디디의 문종진(51) 대표는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업체) 라자다 그룹과 같이 일하기로 얘기를 끝냈다”며 “원래 국외 진출을 안 하고 있었는데, (브랜드케이로) 기술력을 알아봐줘서 진출하게 됐다”고 했다. 중기부는 지난 7월 적격심사와 서면평가를 거쳐 39개사 70여개 제품을 브랜드케이 제품으로 선정했다.
이날 오후 현지 행사장에서는 토크쇼, 홈쇼핑 형식으로 브랜드케이 제품을 소개하는 ‘브랜드 케이 팝 쇼’도 열렸다. 위키미키·에일리·산들·베리베리 등 케이팝 가수들의 축하공연과 함께, 브랜드케이 홍보모델인 박지성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도 무대에 올랐다. 박씨는 “기술력은 있지만 브랜드력은 약한 중소기업의 제품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모델을 하게 됐다”며 브랜드케이의 아이마스크 제품을 문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민웅 쇼호스트와 함께 한국·타이 두 나라에서 동시 생중계되는 홈쇼핑 방송에 직접 출연해 브랜드케이를 소개하고, 가방·손톱광택제품을 직접 시연해보고 판매하는 ‘일일 쇼호스트’로 변신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타이는 동남아의 중심이고 아세안 의장국이며 한국어를 가장 많이 배우는 나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브랜드케이의 3대 핵심 목표는 ‘믿을만하다, 멋지다, 가격도 합리적이다’다. 타이를 시작으로 브랜드케이 경제 사절단을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방콕/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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