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 부진으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제자리에 머물렀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로, 지난해 같은 달(104.85) 대비 0.0% 상승률을 보였다.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은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0.0%가 됐지만, 소수점 세자릿수까지 따지면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다. 그 전에는 1999년 2월 0.2% 상승한 것이 최저였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상품 물가는 1.3% 감소했지만 서비스물가는 1% 올랐다. 상품 가운데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3% 하락했다. 특히 농산물이 11.4%로 크게 감소했다. 공업제품은 0.2% 감소한 가운데 석유류에서 6.6% 줄었다. 전기·수도·가스는 2.3% 올랐다. 서비스물가 가운데 집세는 0.2% 감소했지만, 개인서비스는 1.8% 올랐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0.4% 하락했다. 계절 등 요인에 가격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0.9% 상승했다.
통계청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달 물가를 일시적이고 정책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은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지난해 8월 폭염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것과 비교하다보니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석유류 가격 하락은 국제유가 안정세에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 영향이 더해졌다고 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조사 대상 460개 품목 가운데 32%인 151개가 하락해 지난해 8월 하락한 품목(122개)보다 29개 많지만 대부분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라며 “상품 및 서비스 전반의 지속적인 물가 하락으로 정의되는 디플레이션과는 다르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국가에 비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 통계청 설명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1.8%, 영국 2.1%, 프랑스 1.3%, 독일 1.1%, 일본 0.5% 등이다. 이두원 물가동향과장은 “우리나라는 몇년째 계속되는 보육료 지원 확대, 중·고교 무상급식 실시, 건강보장 확대 등이 물가를 낮추는 데 반영됐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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