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기 흐름과 가까운 미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 KDI 9월 경제동향 갈무리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에 머물러 디플레이션(지속적인 가격 하락 현상)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말 이후에는 물가가 다소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반적인 수요 위축이 계속되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8일 발간한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소매판매와 설비 및 건설 투자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생산 측면에서도 부진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7월 전산업 생산 전년 동월 대비 0.5% 증가했으나 제조업 재고율(115.2%)이 높은 수준이고,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두 달 연속 하락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으로 우리 경제를 ‘부진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0.038%)에 머무른 것을 두고는 “수요 위축에다 공급 측면에서 기저효과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8월 폭염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올랐는데, 그 수치를 기준으로 올해와 비교하다 보니 물가 상승률이 제자리에 멈췄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도 더해지면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8~11월 물가가 전반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올해 11월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제자리 또는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일시적인 공급 충격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0.9%였던 점을 거론하며 “일시적 요인이 소멸하는 올해 말 이후 (물가가) 반등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공급 충격이 사라지더라도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물가 반등 폭은 0%대 중후반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8월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머무르고 있다. 남은 기간 물가가 소폭 오른다고 해도 정부가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0.9%)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 그만큼 수요가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상당히 오랜 기간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를 밑돌고 있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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