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인사제도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김정우 의원실 제공
국정과제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자는 요구가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 때마다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 문제로 몸살을 앓느니 차라리 ‘자동 물갈이’로 소모적인 논쟁을 없애자는 것인데,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7일 정부·여당의 설명을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 129곳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67개 공공기관은 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기관장은 다른 기관과 달리 ‘정치적 책임’을 공유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3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관해 “내부 검토 결과 모든 공기업은 무리가 있고 성격에 맞는 기업은 검토하겠다. 국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의 기관장 임기를 현행 3년으로 하되, 그럼에도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는 경우 기관장 임기도 만료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129개 공공기관 모두 포함된다.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음 정권인 2022년 5월 9일부터 적용되도록 했다.
공공기관장은 자율 경영과 독립성을 위해 법률에 따라 임기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위적인 물갈이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된 2008년 당시 정부·여당 인사들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이전 정부 세력들은 그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이 옳다”(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며 공공기관장 사퇴를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에게 일괄 사직서를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새로 공공기관장을 임명하도록 해 논란의 불씨를 없애자는 주장이 대두한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투표로 뽑힌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실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 방향에 적합한 공공기관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 근거다.
문제는 대통령이 정치적 보은 차원에서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기관장으로 앉히는 경우다. 공공기관장 자리가 이른바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세력의 ‘전리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 때문에 공공기관장 검증 강화 등 제도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인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유상엽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임원추천위원회 등이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경우 전문성 결여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 임원추천위회의 후보자 심사를 엄격히 하도록 블라인드 심사 도입이나 회의록 공개 등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무현 상지대 교수(행정학)는 “공공기관의 성격이 다양하다. 공익 경영이나 구조조정 필요성이 강조되는 공공기관은 정치적 책임성이 크게 요구되므로, 정치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이 허용될 필요가 있다”며 “공공기관은 정부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주권자인 국민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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