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4일 나라키움 여의도 빌딩에서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를 열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내 농업 분야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를 결정할 회의를 25일 개최한다. 앞서 정부 관계자들이 “개도국 특혜를 재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수 차례 밝힌 만큼 이날 최종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결정한다고 24일 밝혔다. 회의 뒤 홍 부총리가 논의 결과 및 향후 우리 산업에 미칠 파장과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국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 출범 당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택했고, 수입 농산물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국내 농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인정받고 있다.
개도국 지위 재검토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서 비롯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한국을 포함한 경제 발전을 이룬 몇몇 나라가 세계무역기구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개도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한국은 모두 해당한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데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미국과 여러 외교·통상 현안이 얽혀있는 만큼 전략적 차원에서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회의를 하루 앞두고 농민단체를 만나 ‘공익형 직불제’ 등 농업계가 요구한 대책 마련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업인들은 정부가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았다며 반발했고, 개도국 지위 포기를 강행할 경우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뒤 32개 농업인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면 미국은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만약 포기 방침이 발표된다면 농업인들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