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엘지전자 새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두번째 정기 인사에서 엘지(LG)전자 가전 사업의 ‘상징’인 조성진(63) 부회장이 물러나는 등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엘지생활건강과 엘지전자에선 차세대 리더 육성 강화책에 따라 30대 여성 상무들이 깜짝 발탁됐다.
28일 엘지전자·화학·유플러스 등은 일제히 이사회를 열어 2020년 임원 인사를 의결했다. 엘지전자에선 조 부회장이 물러나고 권봉석(56) 엘지전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장 겸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사장)이 새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됐다. 최근 엘지전자 안팎의 위기의식이 커지는 가운데 보다 젊은 최고경영자 선임을 통해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취지가 읽힌다.
조 부회장의 퇴진은 엘지의 세대교체를 뜻한다. 조 부회장은 1976년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금성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세탁기 개발에 매진하며 ‘가전명가’ 엘지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2016년 국내 4대 그룹에서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부회장에 오른 뒤 전자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엘지 권영수, 엘지화학 신학철, 엘지유플러스 하현회, 엘지생활건강 차석용 등 나머지 부회장단은 연임했다. 사장단 인사에선 엘지유플러스의 황현식 피에스(PS) 부문장이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황 사장은 1999년 엘지텔레콤에 입사한 인물로 엘지유플러스에서 사장이 ‘내부 승진’된 첫 사례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쇄신과 젊은 인재 발탁이다. 엘지생활건강의 퍼스널케어사업총괄을 맡게 된 심미진 헤어앤드(&)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과, 임이란 오휘마케팅부문장이 대표적이다. 각각 34살, 38살로 젊은 여성 인재들이 상무로 발탁됐다. 2007년 엘지에 입사한 심 상무는 엘지의 ‘최연소 임원’이다. 엘지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태스크리더 김수연 수석전문위원(39)도 상무로 승진하는 등 30대 여성 3명이 임원이 됐다. 엘지상사에선 박태준(43) 상무를 비롯해 새롭게 임원을 단 5명 중 4명이 40대였다. 승진자 평균 나이는 48살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취임한 41살 ‘젊은 총수’ 구광모 회장의 혁신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엘지는 “사업 리더에 젊은 인재를 발탁해 기회를 부여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은 총 5명 교체됐으며 전체 승진 인원은 165명이다. 지난해 11명 교체되고 185명이 승진한 데 비해 규모가 줄었다. 여성 임원들의 약진은 올해 두드러졌다. 전무 승진 3명, 신규 임원 선임 8명 등으로 전체 여성 임원은 37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임원수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4.1%로 지난해 3.2%(29명)보다 증가했다. 승진자의 60% 가량은 이공계 인재였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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