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30 07:29
수정 : 2019.12.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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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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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과세 두고 정부 내 엇박자
국세청 빗썸 과세 법적 근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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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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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로 이익을 얻은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공식 입장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803억원의 소득세를 부과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와 그 산하기관인 국세청이 암호화폐 과세를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교일 의원(자유한국당)을 통해 입수한 기재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현행 세법상 개인의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이익은 소득세법에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자료는 현행 세법상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가능 여부와 현재까지 가상자산 과세 실적 등에 대한 최 의원의 질의에 대한 기재부의 답변자료다.
기재부는 “소득세법은 과세대상으로 열거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 이익은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득세법은 양도소득 대상(부동산, 주식, 파생상품 등)과 기타소득 대상(복권당첨금, 원고료, 강연료 등)을 세세히 열거하는데, 암호화폐는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행 소득세법상으로는 소득세 부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세법개정을 통해 암호화폐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기재부의 입장이 확인된 것이다. 에어드롭 등으로 개인들이 얻은 암호화폐 역시 소득세법에 열거된 소득이 아닌 만큼 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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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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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최근 빗썸에 거액의 소득세를 부과했다. 빗썸의 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는 27일 오후 “국세청으로부터 빗썸코리아에 외국인 고객의 소득세 원천징수와 관련해 약 803억원(지방세 포함) 상당의 세금이 부과될 것을 2019년 11월25일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빗썸을 이용한 외국인 고객들이 암호화폐를 거래해 얻은 이익에 대한 소득세를 빗썸이 원천징수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빗썸이 외국인 고객들이 내야 할 세금을 대신 내야 한다는 취지다. 형식적으로는 거래를 중개한 빗썸에 과세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빗썸의 고객들에게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번 과세는 지난 2018년 1월 빗썸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결론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흔히 검찰의 특수수사부와 비교되곤 하는 국세청 최정예 조직이다. 그런 조직이 2년 가까이 끈 세무조사의 결과가 법인세 탈루나 주요 주주들의 탈세가 아니라 빗썸 전체 고객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한 외국인 고객들의 소득세 원천징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그나마 이같은 결론이 제대로 된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즉각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국세청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빗썸의 외국인 회원(국내 비거주자)들이 빗썸에서 출금한 원화 금액 전체를 소득으로 보고 '기타소득'에 적용되는 22%(지방소득세 2% 포함)의 세율을 적용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법률조차 없는 상황에서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부터 제기된다. 암호화폐가 자산이라면 가치가 증가한 것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화폐라면 그렇지 않다. 기재부는 최교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2019년 6월 가상통화를 화폐나 금융자산이 아닌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결론내렸다”고만 전했을 뿐, 아직 우리나라는 암호화폐가 자산인지 화폐인지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내리지 않았다.
2000만원에 비트코인을 샀다가 이후 가격이 폭락해 500만원에 팔고 원화로 출금한 경우에도 이번 국세청의 셈법에 따르면 110만원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손해를 봤는데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한다면 누구나 납득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빗썸과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원천징수의무자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이다. 세법에서는 “소득을 지급하는 자”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는데, 빗썸과 같이 거래를 중개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에 해당하느냐는 지적이다.
빗썸 쪽은 일단 세금을 낸 뒤 권리구제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비덴트는 공시를 통해 "빗썸코리아는 본 과세와 관련 법적 대응을 계획하고 있어 최종금액은 추후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sjyoo@coindeskkorea.com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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