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3 09:11
수정 : 2020.01.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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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필드 도심 북쪽의 옛 산업유산 지역 켈럼아일랜드 안에 있는 ‘켈럼아일랜드박물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1940년식 증기기관 ‘리버돈 엔진’의 시범 작동 장면을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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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역 개조한 ‘과학기술박물관’
산업혁명 당시 방직기 등 실물 보존
‘철강 도시’ 셰필드엔 증기기관도 전시
문화유산처럼 산업유산의 가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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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필드 도심 북쪽의 옛 산업유산 지역 켈럼아일랜드 안에 있는 ‘켈럼아일랜드박물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1940년식 증기기관 ‘리버돈 엔진’의 시범 작동 장면을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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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옛 도심에 가까운 ‘리버풀로드’. 맨체스터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항구도시 리버풀 방향으로 길게 뻗은 도로다. 지금부터 190년 전인 1830년, 증기기관으로 달리는 세계 최초의 기차가 이 도로를 따라 두 도시를 철길로 이었다. 맨체스터 쪽 종착점이던 리버풀로드 역 자리엔 당시 철도 역사와 부대시설로 쓰이던 붉은색 벽돌의 고색창연한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 ‘과학기술박물관’(MOSI)으로 쓰이는 공간이다.
지난 12월10일 찾아간 과학기술박물관엔 산업혁명 시대 이래 과학기술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품이 많았다. 대부분 맨체스터 지역을 근거로 한 면방직 산업과 관련된 각종 기계장치다. 특히 1769년 발명된 아크라이트 수력방적기의 실물도 남아 있다. 박물관 직원이 기계장치들을 시범 작동하는 모습을 보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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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 세계 최초의 증기기관 열차가 운행하던 리버풀-맨체스터 구간의 맨체스터 종착역 건물에 들어선 ‘과학기술박물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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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산업혁명의 전통을 간직한 맨체스터 일대엔 오랜 ‘산업유산’이 곳곳에 즐비하다. 산업의 발전사를 보여줄 수 있는 공장이나 건물, 기계장치 등을 최대한 보존해 후대에 남기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문화재와 같은 문화유산에 비견되는 산업유산인 셈이다.
맨체스터에서 기차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철강 도시’ 셰필드 역시 마찬가지다. 도심 북쪽 돈강 지류 일대엔 18세기와 19세기를 거치며 번성했던 철강산업의 옛 흔적들이 오랜 세월을 이겨내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 켈럼아일랜드 안에 자리잡은 켈럼아일랜드박물관은 옛 공장 건물을 개조해 만든 철강박물관. 입구엔 거대한 ‘베서머 용광로’가 방문객들을 환영하듯 서 있었다. 철강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19세기 중반의 공학자 헨리 베서머가 용해된 철에 공기를 불어넣는 공법을 개발해 셰필드 공장에서 실제 사용했던 용광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박물관 안에 설치된 ‘리버돈 엔진’. 높이 8.5m에 길이 12m, 1만2천마력을 자랑하는 이 ‘괴물’은 유럽에 현존하는 최대 규모 증기기관이다. 박물관을 찾은 지난 12월9일에도 어린이 단체손님을 비롯해 수많은 방문객이 이 육중한 엔진이 실제 작동하는 광경을 지켜보려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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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필드 켈럼아일랜드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베서머 용광로’. 19세기 중반의 공학자 헨리 베서머가 용해된 철에 공기를 불어넣는 공법을 개발해 셰필드 공장에서 실제 사용한 용광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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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내를 맡은 캐서린 머피는 “유럽산업유산루트(ERIH)의 하나로 지정된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 일대는 산업유산도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맨체스터·셰필드/글·사진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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