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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코로나19, 국제 분업구조 문제에 ‘알람’ 울렸다

등록 2020-02-16 18:09수정 2020-02-17 02:34

미 ‘자국 우선주의’ 일 ‘수출규제’…
중국산 부품 받는 한국 완성차공장
가동중단 사태까지 이어졌지만
제조 중심 ‘가치사슬’은 이미 약화중

중국경제 성장·잦은 통상 분쟁에
싼 인건비로 연결된 ‘사슬’은 퇴조
시장·서비스 중심 지역별로 쪼개져
정부, 가치사슬 변화에 대응 나서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년 동안 숨어 있던 문제를 알리는 ‘기상 알람(wake-up call)’이 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자문가 피터 나바로는 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미국의 중국 의약품 의존도가 높아 돌반 변수에 대처가 어렵다며 글로벌 공급 체계 개입을 줄이고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한국도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에 이어 최근 코로나19 사태 땐 완성차 공장이 멈추는 등 생산 차질 현상이 빚어졌다. 이에 글로벌 가치 사슬(GVC) 구조의 변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VC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글로벌 가치 사슬은 소재 조달과 조립, 유통, 배송 등 제품 생산 전 공정을 세계 각지에서 나눠서 분담하는 국제 분업 구조를 가리킨다. 미 애플 아이폰이 한국 카메라 모듈과 일본 이미지센서, 미국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중국에서 조립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중국이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저임금 생산기지를 자처하면서 본격화됐다. 글로벌 가치 사슬은 갈수록 촘촘해져 연구개발(R&D)과 지적재산권, 금융 등 서비스 분야로도 확대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전세계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에 제공하고, 현대자동차와 네이버가 유럽에 연구개발을 맡기는 경우가 그 예다.

그러나 글로벌 가치 사슬 심화 수준은 2008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완화되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심화 수준을 세계총생산(GDP)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비중을 뜻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 참여도’로 측정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토대로 파악한 세계 글로벌 가치 사슬 참여도는 2005년 12%에서 2008년 14.1%로 뛰어오른 뒤 2012년 13.6%, 2015년 13.2%까지 낮아졌다. 업종별로 중간재 생산(전방)과 가공(후방)을 나눠서 보면 2011년 대비 2014년 전기·전자(-3.1%p), 금속제품(-1.6%p), 섬유·가죽(-1.6%p) 등 제조업의 후방 참여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과학기술(0.59%p)과 통신서비스(0.03%) 등 서비스업은 전·후방 참여도 모두 소폭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지난해 1월 △생산설비 고도화로 저개발국가 거점 공장이 줄었고 △중국이 동아시아의 새 소비 거점으로 떠올랐으며 △통계에 다 잡히지 않는 서비스 사슬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소는 “2000년대까지는 인건비 절감이 글로벌 생산기지의 주요 결정 요소였지만 오늘날엔 상품교역의 약 18%만이 인건비 절감형”이라며 “생산설비가 자동화되면서 기업들이 단순 인건비보다는 고임금 시장과의 접근성, 인재의 숙련도, 인프라의 발달 정도를 함께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AI)과 자동화의 영향으로 이런 흐름이 더 빨라질 거라고도 내다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탈중국’ 가속화…지역화도 늘어

가치 사슬의 범위도 지역별로 쪼개졌다. 통상 분쟁이 잦아지고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하면서부터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비롯한 중국 전자기기 수입과 그 부품 수출을 차단하고 북미권으로 기업 공장을 끌어들였다. 중국에 거점을 뒀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도 일부 공장을 태국과 인도네시아, 대만 등으로 이전했다. 중국은 ‘제조 2025’를 선언하고 배터리, 엘시디(LCD), 범용 반도체 등 중국 내수만을 겨냥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스마트공장과 소재·부품 경쟁력을 활용해 유럽연합(EU) 지역 내 생산기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미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독일에서 수요맞춤형 ‘스피드 공장’을 실험했다.

제조업보다 서비스 교역이 크게 성장하는 점도 변수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0월 ‘GVC의 변화와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정보기술(IT) 경쟁력을 갖춘 미국과 금융에 강한 영국 등이 성장할 가능성이 큰 반면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추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또 “(생산 고도화로) 저개발국가에 가지 않고도 인건비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개발도상국은 대규모 소비 시장과 가깝거나 서비스 전문 지식을 갖춘 경우에 한해서만 발전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주로 인건비 절감에 집중해 사업모델을 짠 스페인,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이런 이유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한국 기업들도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다음 생산기지를 물색하고 있다. 인건비가 비싸진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 지역이 대체지로 여겨진다. 이미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베트남에, 한화에너지가 말레이시아에, 롯데케미칼과 포스코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두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통계를 보면 2018년 전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23% 감소한 가운데 동남아시아 지역은 11% 증가했다.

변화가 다가오자 정부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은 최근 산업통계시스템에 업종·국가별 가치 사슬 현황 데이터를 반영하는 연구작업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일본 수출 규제와 중국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가치 사슬의 영향력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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