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서 개인도 조직도 성장하게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준을 갖추었더라도 가능하면 팀원으로 뽑지 않아야 할 사람으로 나는 시니컬한 사람을 꼽습니다. 냉소적인 사람은 자신이 불행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에너지를 소진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Q. 처음 팀장이 돼 새로운 팀원을 받으려고 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팀원을 선택하면 좋을까요? 능력이 출중한 사람과 인품이 훌륭한 사람 중에서 누구를 골라야 하나요? 저랑 성격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 낫나요, 오히려 그 반대가 나을까요?
전통적인 조직심리학이나 인사관리 분야에서는 사람-일자리 조합(person-job match)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원자의 지식, 기능, 능력을 평가하는 한편 채우려는 일자리에서 수행할 업무, 책임을 분석해서 가장 잘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팀원을 뽑아 어떤 일을 시키고 싶은지, 팀장은 그 업무 내용을 우선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 팀원이 그 일을 잘할 만한 필요 요건을 갖췄는지를 판단해야겠지요. 팀장으로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분명히 아는 게 첫걸음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조직이 왜 존재하는가 또는 우리 조직의 미션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점검하는 게 중요합니다. 팀장으로서 어떤 기준으로 팀원을 선발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우리 팀은 무엇을 추구하는 조직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크든 작든 모든 조직은 존재 목적이 있고, 이를 구성원들끼리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리더는 ‘나는 왜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가’ ‘나는 왜 이 팀에서 일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또 구성원들과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이처럼 주기적으로 조직의 미션과 비전, 공유가치를 점검하는 이유는 이런 가치들이 살아 숨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정했다고 이를 잘 적어서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놓으면 아무리 훌륭한 가치도 조직 구성원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반복·확인하고, 때로는 변화·조정해야 화석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구성원 채용 과정에 팀원들 참여
조직의 추구가치를 구성원들이 공유했다면 채용 과정에 팀원들이 참여할 것을 권합니다. 엘지(LG) 지주회사 인사팀장으로 일할 때 새 팀원을 뽑아야 하는 경우, 기존 팀원들끼리 토론해 계열사의 인재를 뽑아서 추천하라고 했습니다. 나는 최종 인터뷰만 했습니다. 그러면 팀원들이 새로운 멤버를 뽑는 일에 주인의식과 더불어 큰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또 우리가 같이 일할 사람은 우리가 뽑는다고 생각하면 계열사 사람들 접촉할 때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결과적으로 아주 좋은 인재풀을 형성하게 되지요.
가끔은 팀장으로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인사팀장으로 일을 시작한 2000년에는 팀원 중에 여성 관리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대기업 인사부문에서 여성 구성원을 고려하지 않던 때였지요. 그러나 시대가 변해 여성 인력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본사에 인사 업무를 맡은 사람 중에 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내 생각을 설명하고 각 계열사에서 후보를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워낙 생각을 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그랬는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도 진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해 가을 엘지인화원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여러 주제로 세션이 열리고 있는 발표장을 돌아보았습니다. 한 세션에서 아주 인상적인 발표를 하는 여성 과장 ㄱ씨를 보게 됐고 팀원들에게 ㄱ씨를 고려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팀원들이 다각도로 평판 조회를 해보더니 추천하겠다고 하더군요. ㄱ씨는 최종 인터뷰를 거쳐 그룹 인사팀 최초의 여성 구성원이 됐습니다. ㄱ씨는 아주 좋은 팀워크를 이루며 지속적인 성과를 냈고 몇년 뒤 미국 유수 대학에 HR 석사학위 파견자로 선발됐습니다. 2년 뒤 학위를 받고 귀국해 부장으로 일하다가 최근에 드디어 임원 승진을 했습니다.
또 한번 팀원을 새로 뽑아야 할 때였습니다. 팀원들이 한 계열사에서 일하던 과장 ㄴ씨를 추천해 인터뷰했습니다. 상당히 진지하고 성실한 것 같은데 뭔가 딱 이 친구다 하는 감이 오지를 않더군요. 그러다 보니 인터뷰가 예정보다 길어졌고, 내가 상사에게 급히 보고할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냥 인터뷰 끝내고 퇴짜를 놓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ㄴ씨 입장에선 그룹 인사팀 면접에서 떨어졌다 하면 상당한 타격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내가 바쁘니 내일 다시 만나자’고 돌려보냈습니다.
밖에서 결과를 궁금해하던 팀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예스 아니면 노인데 다시 인터뷰한다고? 처음 있는 일이었거든요. 실제로 한 지원자에게 두 번의 인터뷰 기회를 준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보니 진지하고 성실하며, 또 열정이 있어서 잘만 조련하면 큰 인재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뽑았지요. 그날 이후로 ㄴ씨는 치열하고 치밀하게 일하는 방식을 몸과 마음에 익혀나가더니 한 1년쯤 지나자 엄청 실력이 늘었다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내가 지주회사 인사팀장으로 가서 처음 계열사에서 팀원을 뽑으려고 할 때 팀원들이 추천한 과장 ㄷ씨가 있었습니다. 자료가 좋아 만났더니 뜻밖에도 현재 회사에서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어 최소한 1년 정도는 움직일 수 없다고 합니다. 좀 맹랑하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누가 오라는데 지금 거절하는 거야.’ 그러나 금방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내가 필요한 인재라면 내가 기다려야지! 엘지도 내가 미국에서 1년간 망설일 때 기다려주지 않았나! 결국 ㄷ씨는 1년 후에 왔고 다른 팀원들과 함께 일을 아주 잘했습니다. 이처럼 늘 깨어서 관심을 갖고 보면 인재들이 눈에 띕니다. 팀장은 팀원들과 함께 늘 좋은 인재풀을 만들 책임이 있습니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과 인품이 좋은 사람 중에서 누구를 골라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단기간에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비상시기라면 능력이 우선적으로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인품이 한 수 위라고 답하겠습니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는 이런 기준이 있었습니다. ‘능력(과 성과)이 뛰어나지만 리더십(혹은 인품)이 떨어지면 성과급은 많이 주되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안 맡긴다. 반대로 성과가 좀 떨어지더라도 리더십이 좋으면 다시 기회를 준다.’ 왜냐하면 성과는 개인의 능력 외에도 많은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능력과 리더십이 다 나쁘면 퇴임이고, 둘 다 좋으면 승진이지요!
또 한편, 열정은 있는데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 구성원도 있습니다. 그러면 참 힘듭니다. 조직에서 살아남게 할 방법은 그 구성원의 실력에 맞는 일을 주는 것밖에 없지요. 그 기회를 발판 삼아 성장한다면 더 큰 일을 줄 수도 있습니다. 보통 능력은 노력으로 커질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렇게 노력할 수 있도록 조직이 동기부여를 하느냐 여부입니다. 실력 향상은 개인의 몫이지만 조직 차원에서 그렇게 하고 싶도록 내적, 외적 동기부여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개인의 동기부여는 자신이 조직으로부터 배려받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가능합니다. 조직이 나에 관해 관심이 별로 없고 기대하는 바도 없다고 생각하면 매우 어렵습니다. 팀장의 ‘기대감’ ‘믿음’이 팀원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실력 향상은 개인의 몫이지만 조직 차원에서 그렇게 하고 싶도록 내적, 외적 동기부여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개인의 동기부여는 자신이 조직으로부터 배려받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가능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니컬한 사람은 조직 에너지 소진
팀원을 고를 때 나랑 비슷한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나도 회사 생활 초기 몇년은 저랑 비슷한 사람을 뽑아 쓰려 했던 것 같습니다. 15년 만에 미국에서 귀국해서 완전히 생소한 회사 환경에서 외롭기도 했거니와 내 말을 알아듣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결과는 대체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은 내가 편한 사람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팀워크를 이루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회사가 지속해서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사람인가를 인재 판단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능력을 갖춘 사람이 기질적으로, 성향적으로 나와 전혀 다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요.
나와 다르다고 거리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팀원과 나는 진심으로, 진실하게 대화를 하기로 작정하고 실행에 옮긴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서로 좀 더 잘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에 대한 신뢰 수준이 좀 높아졌다는 느낌은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은, 리더는 온 정성을 쏟되
팀원이 내 마음을 다 알아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지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서 개인도 조직도 성장하게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준을 갖추었더라도 가능하면 팀원으로 뽑지 않아야 할 사람으로 나는 시니컬한 사람을 꼽습니다. 냉소적인 사람은 자신이 불행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에너지를 소진합니다. 시니컬한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뒷말을 통해 조직문화를 망가뜨립니다. 이를 막을 방법은 뒷말이 불필요하도록 열린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사 절차와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며 이를 조직 내에서 공유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어떤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의해서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는지 등을 조직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이것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신뢰하면 인사 결과에 대한 수용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투명하게, 그러나 인사 내용은 철저히 기밀로 다루어야 합니다. 이것이 건전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병남.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조지아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다 1995년 엘지(LG)그룹 임원으로 입사해 인사, 교육, 노사관계 및 지배구조 업무를 맡았다. 2008년 사장 승진하면서 인화원장으로 부임해 8년간 원장직을 수행하고 2016년 퇴임. 인간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지만 이를 풀어낼 해법 역시 인간에게서 비롯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저서 <경영은 사람이다>(2014)에 담겼다. 인간존중이라는 경영의 본질을 잊지 않고 21년간 숨 가쁘게 현장을 누벼온 그가 일터에서 겪는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 4주에 한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