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5일 한국인 입국제한 조처를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입국제한이 길어질 경우 국내 경제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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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항공업과 여행업계는 입국제한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들어간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로나19 발생 직전까지 운영하던 17개 일본 노선 가운데 7개 운항 중단, 7개 감편, 3개가 유지되고 있으며 운항 횟수도 주 202회에서 105회로 이미 줄었다. 입국제한 조처를 하면 이마저도 전면 중단될 위험이 높아진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미 일본 노선 대부분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과 수출입 거래가 있는 기업들은 인적 교류 중지가 물적 교역에 당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엘지전자 쪽은 “일본 현지 판매법인이 있어 당장 어려움이 있지는 않지만 (제한 조처가) 길어지면 현지 부품 조달 등을 위해 만나서 협의해야 하는 일들을 진행하는 데 불편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화상회의나 이메일 등을 활용해 기존의 계약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화할 경우 거래처 발굴이나 새로운 계약 체결 등을 진행하는 데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통과 소비재 분야는 일본과 인적 교류가 거의 없는 내수산업인 터라, 입국제한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일본의 수출제한 조처 이후 불매운동이 일어나며 손실을 입었던 유니클로 등 일본계열 소비재 기업들은 불매운동이 다시 불붙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 업종은 일본 쪽과 교류가 크지 않아서 피해가 적은 업종으로 꼽힌다. 현대차 쪽은 “국내 기업보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이 외려 더 난감한 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일본 수출입 규모는 수출 284억달러(약 29조3800억원), 수입 476억달러(약 56조4000억원)이다. 석유제품, 철강판, 반도체, 정밀화학제품 등이 주요 수출품목이며,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철강판, 플라스틱 제품 등이 수입품목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는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나 수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비하면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일본 정부와 논의해 일방적인 제한 조치보다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필수 인력은 신축적으로 입국을 허용하는 등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산업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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