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주식 트레이더 마이클 갈루치가 지치고 괴로운 표정을 한 채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464.94(-5.9%) 떨어졌다. 뉴욕/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각)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데다 세계경제의 둔화로 수출 타격도 불가피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12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투자은행·경제연구소 43곳의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월 기준 1.8%로, 전월 집계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1.8%), 노무라증권(1.4%), 제이피모건(1.9%), 무디스(1.4%), 옥스퍼드 이코노믹스(1.4%) 등이 지난달보다 하향 조정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1.1%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진 건 1956년(0.7%), 1980년(-1.7%), 1998년(-5.1%), 2009년(0.8%) 등 주로 경제·금융위기를 겪은 때다.
실제 코로나19에서 촉발된 불확실성 증대가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를 흔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CCI·경제 상황을 낙관하는 정도)는 한달 전(100.0)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9.6이었다. 자료가 집계된 30개국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월 전산업 투자 기업경기실사지수도 89.5로, 전월(95.9)보다 크게 떨어졌다.
수출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조업일수 기준)이 전년 동월보다 11.7% 감소했고, 3월1~10일 일평균 수출액도 2.5% 감소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 사태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두세달 안에 진정된다면 제조업은 금방 회복될 수 있다”며 “만약 사태가 그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제조업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경제 회복이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말 재정·세제·금융 등 분야에서 20조원을 지원하는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달 들어서는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팬데믹 선언으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좀더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한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팬데믹 선언으로 시장의 공포감은 더 커진 상황이어서 재정건전성 논쟁을 할 게 아니라 재정·통화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추경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1%(약 19조원) 이상 편성하고, 한국은행도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해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극심한 수요 감소와 생산 차질로 인해 기업이나 개인의 파산 위험이 커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기업이 파산하면 코로나가 사라져도 회복할 수 없으므로, 재정을 더 늘리되 일시적인 감세, 자금지원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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