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이며 주식과 채권 등 거의 모든 금융자산을 투매하고 현금과 미국 달러 등 ‘초안전자산’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40원 폭등(원화가치 하락)해 10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코스피 역시 10년8개월 만에 1500선이 무너졌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296원까지 치솟았다가 오후에 오름폭을 줄여 전날보다 40원 오른 달러당 1285.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280원 선에 오른 것은 2009년 7월14일(1293.0원) 이후 처음이다. 하루 변동폭도 49.9원에 이르렀다.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겹쳤던 2010년 5월25일(53원) 이후 10년 만에 최대 변동폭이다. 한국씨티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현재 환율 수준을 논의하는 건 무의미해 보이나 불안 지속 시 금융위기 때 거래된 1380원 선까지도 열어놓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33.56(8.4%) 폭락한 1457.64로 마감됐다. 코스피가 15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7월23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도 11.7% 내린 428.35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지난주에 이어 이날도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20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제도다.
이날 채권시장마저 불안해지면서 한국은행이 긴급히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채권시장 안정과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대상 증권 확충을 위해 1조5천억원(액면가 기준)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국고채를 직접 매입한 것은 2016년 11월21일 이후 3년여 만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주식과 원유 등 위험자산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까지 팔아치우고 너도나도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되고 있다. 단기금융시장에서는 기업과 은행들이 운영자금과 단기부채 상환용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용경색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 투입을 준비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7500억유로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도 시장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증시에서는 다우존스 지수가 6.3% 폭락한 1만9898에 마감돼 3년여 만에 2만 선이 무너졌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증산에다 각국의 여행제한 조치로 원유 수요가 감소한 영향으로 이날 24% 폭락한 배럴당 20.37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02년 초 이후 최저치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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