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간 농수산물과 공산품 등 소비재 대부분의 가격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견줘 낮은 반면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커피 같은 기호식품 가격은 높은 상승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9일 1980년 이후 여러 유형의 재화와 서비스의 명목가격 추세를 경제성장률과 비교 분석한 ‘국내 주요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 추세 분석: 1980~2020’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중 농수산물과 공산품 등 소비재 대부분의 명목가격 상승률이 1인당 지디피 상승률보다 낮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적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값(4㎏ 기준)이 3천원에서 9500원으로 3.2배, 닭고기(1㎏)는 1400원에서 4656원으로 3.3배 상승하는 등 대부분 식재료 가격이 약 9배 미만 올랐다. 또 국산 중형자동차 가격의 경우 389만원에서 2390만원으로 6.1배 상승했으며, 소주는 5.1배, 영화관람료는 6.7배 올랐다. 이 기간 1인당 지디피 상승률(원화 기준 35.5배, 달러 기준 18.5배)을 고려하면 실제 체감 가격은 낮은 수준이라는 게 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반면에 수박(16.7배), 배추(12.5배) 등은 다른 식재료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은마아파트의 경우 3.3㎡ 기준 매매가는 77만원에서 6469만원으로 84배 상승했고, 전세가는 16만원에서 1629만원으로 101배 올라 다른 분석대상 항목들과 큰 대조를 보였다. 기호품 관련 항목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는데, 커피 한잔은 200원에서 4100원으로 21배, 담배 한 갑은 300원에서 4500원으로 15배 올랐다.
이 연구소의 정훈 연구위원은 “지난 40년간 주요 소비재의 실질적인 가격이 대부분 하락하였음을 계량적으로 확인했다”며 “다만 수치상으로 평균 값을 기준으로 한 분석이기 때문에 최근 심화된 소득 양극화를 고려할 때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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