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WTI)산 원유 선물 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채권(ETN) 가격이 지난 10일에 이어 13일에도 최대 15% 하락했다. 13일(현지시각) 산유국들이 합의한 감산량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여파로 해석된다. 상품 지표가치(이론적 가격)와 시장가치(실거래 가격)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매매 방식을 단일가로 바꾼 점도 영향을 미쳤다.
13일 삼성·엔에이치(NH)·미래에셋대우·신한 등 4개 증권사의 더블유티아이원유 레버리지 선물 이티엔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이티엔은 15.72%, 신한투자증권의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이티엔(H)은 10.30% 떨어졌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의 ‘QV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이티엔과 미래에셋대우의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이티엔(H)도 각각 8.47%, 7.32% 하락했다. 지난 10일 각 증권사의 레버리지 선물 상품이 13∼15% 하락한 뒤 2거래일 연속해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레버리지가 아닌 KODEX WTI원유선물도 2.65% 하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11일과 13일 모두 산유국들이 합의한 원유 감산량이 시장 기대보다 적었던 탓에 유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와 비회원 산유국이 모인 ‘오펙 플러스’는 지난 10일 ‘하루 10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고 13일엔 이를 일부 조정해 9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폭(약 2000만 배럴)보다는 적은 수준이어서 유가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오후 7시 현재 더블유티아이 선물 가격은 상승폭이 1%대에 그치고 있다.
이티엔 거래 방식 변화도 상품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날부터 4개 상품에 대해 동시에 호가를 내는 접속매매 대신 30분 단위로 호가를 내는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호가 쏠림 현상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종가 기준으로 각 상품 괴리율을 추산한 결과 여전히 40%를 넘는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3개 상품 모두 4거래일 연속 괴리율 30%를 초과해, 이튿날인 14일도 괴리율을 30% 이하로 좁히지 못하면 오는 16일 한국거래소가 예고한 대로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이미 유가 상승에 돈을 건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 간 인버스를 제외한 더블유티아이 선물 이티엔·이티에프 10개 상품을 1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은 ‘콘탱고’ 장세여서 월물을 갈아타는 ‘롤 오버’ 과정에서 추가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각 포털사이트 이티엔 투자 관련 토론방은 ‘앞으로 유가가 오르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우려 섞인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유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자 인버스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있다. 기존 이티엔 상품과 반대로 기초자산인 유가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날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과 ‘신한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H)’은 각각 0.33%, 1.31% 올랐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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