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등 국내 통화정책을 의결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 4명이 결정됐다. 새롭게 구성되는 금통위가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6일 한은은 조윤제 전 주미대사(기획재정부 추천),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금융위원회 추천),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대한상의 추천)이 후임 금통위원으로 추천됐다고 밝혔다. 이달 20일 임기가 끝나는 4명의 금통위원 중 고승범 위원(한은 추천)은 다시 후보로 추천됐다. 이들 위원은 당연직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임지원 현 위원과 함께 차기 금통위를 이끌게 된다.
금통위 진용 개편은 통화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거처럼 위원의 성향을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역대급으로 하강하고 있는 금융과 실물 지표의 방향에 맞춰 신속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0.75%로 낮춰졌고, 올해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라 금통위의 고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금리로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은도 미국과 일본처럼 적극적인 양적완화나 장기금리 관리 등 비전통적인 정책수단을 활용해 경기를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은의 회사채 직접 매입 여부 등을 놓고 벌어진 논란도 명쾌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한은법 제80조가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허용했으므로 회사채 인수와 지급보증도 가능하다는 주장과 영리기업에 대한 지원 방법은 대출에 한정된다는 의견이 맞서있다. 이주열 총재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사한 방식의 회사채 매입이 바람직하다고 공개 언급한 데 대한 새 금통위원들의 견해도 중요하다. 연준 방식으로 대규모 회사채 매입 기구를 설립하기 위해선 정부의 보증지원과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
조윤제 후보는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경험이 주목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낸 조 후보는 지난 대선 전 싱크탱크 ‘정책공간국민성장’ 소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철학에 대한 공감도가 높다는 평가도 받는다. 주상영 후보는 최근 <한겨레> 기고에서 “우리의 경우 금리 실효 하한이 제로가 아니며, 새로운 정책 조합을 구상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서영경 후보는 한은에서 첫 여성 부총재보를 역임하는 등 20년 넘게 일한 ‘한은맨’이다. 2018년부터 대한상의에서 기업과 산업 전반에 경험을 쌓은 점이 통화정책을 폭넓게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한은은 기대했다.
고승범 위원의 연임은 1950년 6월 금통위 출범 이래 처음이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연속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연임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와 한은이 추천한 위원의 임기를 이번에 한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것도 2012년 이후 4년마다 4명의 위원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한은은 경제 관료 출신인 고 위원이 정부와 정책 조합을 소통할 적임자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기존의 정책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른바 ‘최종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의 유동성 공급이 금융권뿐만 아니라 기업과 가계로도 퍼질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더 고민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한광덕 신다은 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