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수요가 얼어붙은데다 산유국들의 ‘유가 전쟁’까지 덮치면서 2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업계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에 매출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12.6% 줄었고, 영업이익은 2조1033억원 감소해 적자 전환했다. 이는 1962년 회사가 정유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영업손실 시장 전망치 8318억원의 2배를 웃도는 규모이기도 하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2014년 영업손실 231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연간 적자를 냈던 바 있다.
특히 유가 급락 영향으로 석유 사업에서 1조636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초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이던 원유는 최근 2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재고 가치가 하락해 본 손실만 9418억원으로 전체 영업손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항공유와 휘발유 등 상품이 원유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역마진 현상도 나타났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가 전쟁이 본격 시작한 지난 2∼3월에 산 원유가 지금 들어오고 있다”며 “2분기에도 재고 손실 등으로 인한 적자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104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배터리 사업도 불확실성이 크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엘지(LG)화학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오는 10월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아이티시는 지난 2월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엘지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에서는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최종 판결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소하면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되기 때문에 그 전에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쪽에서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며 “관련 손실과 배터리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하면 합의금은 조 단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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