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이 취약계층에 훨씬 더 악영향을 끼쳐, 이들을 위한 사회 지원 시스템 확대와 공공 근로 프로그램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국제통화기금은 11일 누리집에 다비디 푸르체리 연구부장 등이 쓴 ‘전염병은 어떻게 가난한 사람을 더 뒤처지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 재앙이며, 특히 취약계층에 악영향을 미쳐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사스 등 팬데믹 발생한지 5년째에 지니계수가 1.5% 가까이 상승한 연구 결과. 자료: IMF
구체적으로 과거 전염병 대유행 사례인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2년), 에볼라(2014년), 지카(2016년) 등 5가지 사례를 추적해 그 영향을 살폈다. 우선 지니계수의 경우 175개국을 조사한 결과 세금을 제외한 순소득을 기준으로 전염병 발생 뒤 5년 후에는 불평등의 척도인 지니계수가 1.5% 가까이 올랐다. 연구진은 “정부가 전염병의 영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소득재분배를 통한 불평등 완화 조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악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오랜 기간 악영향이 미치는 데는 일자리 감소와 고용 전망 위축 등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사스 등 팬데믹 발생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은 고용에 별 영향이 없는(표 위) 반면 기본 교육 수준만 받은 사람은 5년 뒤 5% 가까이 고용이 줄었다. 자료: IMF
교육 수준에 따라 전염병의 영향에도 차이가 있었다. 76개국의 전염병 발생 뒤 인구 대비 고용률을 조사한 결과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고용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기본 교육 정도만 받은 사람들의 고용은 전염병 발생 5년 뒤 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는 전염병의 역분배 영향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 지원 시스템 확대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조언했다. 연구진은 “전염병이 사회의 거의 모든 계층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정부 정책은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의 장기적 피해를 예방하는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이고 표적화된 노력이 없다면,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말한 이미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복잡하고 골치 아픈 도전 가운데 하나’가 된 불평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정책도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도 밝혔다. 병가, 실업급여, 건강급여 등의 정책은 경제 여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에게 특히 유용하다고 꼽았다. 아울러 사회 지원 시스템 확대를 비롯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 근로 프로그램 활성화, 고용 지속을 위한 자금 지원, 이른바 ‘사회 연대를 위한 추가세’와 같은 진보적인 세금 조처 등도 전염병이 가져올 불평등의 악영향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정책 당국은 기후변화 등 미래 충격이 예견될 때 사회가 향후 취약계층을 좀 더 보호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갖도록하는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