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서 밀려나는 ‘경제적 약자’
자영업자가 고용한 취업자 급감
일시휴직자는 두달째 100만명대↑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확충 필요”
제조·건설업으로 고용위기 확산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은 ‘바닥’
제조업 고용감소 ‘이제 시작’ 분석
“최소 2분기까지는 고용 악화될 것”
자영업자가 고용한 취업자 급감
일시휴직자는 두달째 100만명대↑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확충 필요”
제조·건설업으로 고용위기 확산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은 ‘바닥’
제조업 고용감소 ‘이제 시작’ 분석
“최소 2분기까지는 고용 악화될 것”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충격이 숙박·음식점·도소매 등 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임시·일용직과 여성·청년 등 취약계층에 고용 한파가 집중되는 가운데 1990년대 말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실업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취약계층 덮친 ‘코로나 고용 쇼크’
4월 고용동향에서 주목되는 점은 경제적 약자들이 일터에서 집중적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1년 전에 견줘 47만6천명 줄어 1999년 2월(65만8천명 감소)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는 78만3천명 급감했다. 이는 1989년 1월 통계 집계 후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상용근로자는 전년보다 40만명이 늘었다. 소득이 낮거나 노동시간이 짧은 취약계층부터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여성과 청년층(15~29살) 취업자 수도 각각 29만3천명과 24만5천명 줄어 고용 충격이 컸다. 15~64살 전체 고용률은 지난해보다 1.4%포인트 하락했는데, 여성 고용률은 55.8%로 1.7%포인트 떨어졌다. 청년층(15~29살) 고용률도 40.9%로 2.0%포인트 줄었다. 모든 연령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기업들이 채용을 연기한데다 주로 취업하는 단기 일자리마저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연령별로는 60살 이상(0.2%포인트 증가)을 빼면 50대(-1.9%포인트)와 40대(-1.7%포인트), 30대(-0.9%포인트) 모두 고용률이 감소했다. 자영업자가 고용한 취업자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7만9천명 감소한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0만7천명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일부가 직원을 해고해 1인 자영업자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일시휴직자는 148만5천명으로 1년 전보다 113만명 폭증했다. 3월(126만명 증가)에 이어 두달 연속 100만명대 증가인데, 이는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시휴직자는 실업자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취업 전망이 암울해질수록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99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83만1천명 늘었다.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라고 밝힌 경우가 43만7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육아·가사(27만9천명), 구직 단념(12만4천명) 등의 차례였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나 비정규직, 여성, 임시·일용직 등이 상대적으로 고용 충격에 취약하다”며 “앞으로도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더 큰 만큼, 현재 마련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나 일자리 계획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제조업·건설업으로 고용위기 확산
산업별로 살펴보면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가 44만4천명 줄어 고용 충격이 집중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숙박·음식점업(-21만2천명), 도소매업(-12만3천명)은 물론 개학 연기와 학원 휴업 지속 등으로 교육서비스업(-13만명)에서도 취업자 수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서 고용 감소는 거의 바닥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많다. 비록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지만, 5월 초 긴 연휴에 백화점 매출은 물론 관광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였다. 여기에 전국민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도 서비스업 활성화에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반면 제조업에서 고용 감소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4만4천명이 줄어 3월(-2만3천명)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제조업은 전체 고용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16.5%)을 차지하고 있어,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고용시장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건설업에서도 3월에 2만명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5만9천명 줄어들면서 고용시장에 대한 위기감을 키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서비스업은 소비가 풀리면 빨리 회복할 수 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취업자 수가 계속 줄어든 것은 심각하며”며 “제조업 부진으로 최소 2분기까지 고용시장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뉴딜’이 경기 부양이 아니라 산업정책 성격이 강해 고용시장에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13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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