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을 비롯한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고용 유지와 투자를 당부했다. 지난 4월22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5대 그룹 경영진을 만난 데 이어 한달도 안 돼 정부가 재계에 손을 내민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15일 홍남기 부총리가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롯데 등 5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조찬 간담회를 했다고 이날 밝혔다. 재계에 따르면, 4월 김상조 정책실장이 마련한 회동 때처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장동현 에스케이 사장, 권영수 엘지그룹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기재부는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 일자리 지키기 등과 관련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6월 초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수립 및 포스트코로나 대비 등을 위한 정책 제언을 수렴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기업들이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고, 경기 진작을 위해 계획된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김 실장이 5대 그룹 경영진과 만나 요청한 내용과 유사하다.
대기업 시이오들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규제 개혁, 리쇼어링(기업의 국내 귀환)을 위한 지원 확대, 중소 협력업체의 유동성 접근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기업의 건의 사항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등 향후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청와대와 정부 경제정책 수장이 잇따라 대기업 시이오와 회동한 것을 두고 정부가 투자 확대, 고용 유지 등을 담보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앞세워 원격의료를 비롯해 개인정보 처리 기준 완화 등 사회적 논란이 많은 분야에까지 규제 완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규제 완화를 많이 했는데, 앞으로는 많은 논란이 있던 분야에서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안별로 근본적으로 필요한지 따지고 대기업 참여 여부도 그에 맞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코로나19로 실물경제의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실물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한 데서 더 나아가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 수위를 높인 것이다.
기재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에 대해서도 “(마이너스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고 변동 폭이 워낙 커서 (성장률 전망치를)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제 흐름까지 봐야 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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