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제6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을 뼈대로 하는 ‘한국판 뉴딜’이 발표된 가운데, 노동권 강화, 사회보장제도 확대, 경제주체 간 타협 등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개혁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참여정부 시절 경제정책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미국 뉴딜정책의 진행과정 및 평가’ 보고서를 보면 “뉴딜정책은 당시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접근으로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었으며, 자본주의 체제 위기를 중도적인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분석했다. 기본 방향으로는 빈곤과 실업의 구제(Relief)와 산업질서와 경제의 회복(Recovery), 사회적 불균형과 시장시스템의 모순을 시정하는 제도개혁(Reform) 등 ‘3아르(R)’를 꼽았다.
특히 제도개혁과 관련해서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 부당노동행위 금지 등을 담은 와그너법을 제정했고, 소득불평등 시정을 위해 500만달러 초과 고소득자에게 75% 세율을 적용하는 등 과세를 강화했다. 또 미국 역사상 최초로 빈민에게 월 최대 20달러를 지급하는 사회보장법도 마련했다.
반면 한국판 뉴딜은 2022년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31조3천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는 등 ‘구제’나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등 ‘회복’을 위한 내용은 있지만, 제도개혁 관련 내용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 등이 일부 담겨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 방안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두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의 뉴딜정책에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부분과 새로운 일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 등이 담겨 있었다”며 “한국판 뉴딜은 과거 정책을 되풀이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한국판 뉴딜은 경제정책이 중심이고, 제도개혁 관점은 부족하다”며 “그동안 추진하지 못했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등 4개의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권 등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곤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뉴딜정책은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타협 혹은 계약(deal) 측면도 있었다”며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자영업자나 특수고용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제도가 더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과거 뉴딜은 미국에서 극심한 불평등 속에서 상생의 질서를 찾는 과정이었다”며 “우리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노동자와 대·중소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 간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을 추구하는 질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판 뉴딜에 비대면 산업 육성 등 산업정책뿐만 아니라 양극화가 심화되는 한국 사회에 희망을 주는 내용도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7월에 세부 내용을 담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이번 추경에 담은 한국판 뉴딜 사업은 시작일 뿐”이라며 “7월에 종합계획을 내놓을 때에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큰 그림과 함께 우리 정부 임기까지 이룰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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