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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신세계 페이’ 투명거래로 협력사와 상생 일군다

등록 2006-01-12 17:42

<b>“내 밥값은 내가”</b>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당에서 화장품업체인 엘케이엠(LKM) 코스메틱 직원과 신세계백화점 잡화팀 직원이 입점 상담을 마친 뒤 각사의 법인카드로 점심 계산을 하고 있다. 신세계 제공
“내 밥값은 내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당에서 화장품업체인 엘케이엠(LKM) 코스메틱 직원과 신세계백화점 잡화팀 직원이 입점 상담을 마친 뒤 각사의 법인카드로 점심 계산을 하고 있다. 신세계 제공
[기업시민]

신세계 직원들은 지난해 7월 생각지도 않은 특별 격려금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시간제 및 인턴 사원까지 포함해 모두 1만7천여명의 직원들이 직급별로 10만~30만원씩 모두 30억원을 회사로부터 전액 현금으로 받은 것이다. 지급 명목은 ‘신세계 페이’ 실천 장려금. 신세계 페이는 회사 쪽이 지난해 4월부터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는 일종의 기업문화 운동이다. 신세계 홍보팀의 김대식 과장은 “협력회사와의 공식·비공식 만남이나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어느 한편에서 일방적으로 부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투명한 거래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납품부정 원천봉쇄’ 만남때 밥값 따로 내
직원 장려금 주고 협력사 6천곳 협조공문
윤리점담부서 첫 도입…중기 대출 돕기도

‘자기 몫은 자기가 내기.’ 얼핏 생각하면 쉽고 간단한 일 같지만, 온정주의와 연고주의로 얽히고 설킨 한국 사람들로서는 좀처럼 실행에 옮기기 힘든 일 가운데 하나다. 신세계가 이 캠페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협력회사와의 관계에서 술 한 잔이나 식사 한 끼라도 접대를 받으면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자연히 차별될 수 밖에 없죠. 이런 접대문화 외에도 친소 관계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결국 기업 비용을 증가시키고 그 조직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게 그동안의 관행이지 않습니까?”

페이 운동을 주창한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궁극적으로 세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투명한 경쟁력을 갖추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수시로 터져나오는 납품 부정이 유통기업의 투명 경영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는 이런 잘못된 문화를 바꾸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거래해야 하는 유통업계의 특성상 온갖 부정이 개입될 개연성이 큰 만큼, 이를 단호히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신세계 페이’는 지난해 3월 정부와 정치권, 재계, 시민사회 등 4대 주체가 ‘반부패 투명사회 협약’을 맺은 이후, 후속대책의 하나로 신세계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그 영향력과 파급 효과 또한 컸다. 도입 초기 “협력회사와의 상생을 핑계로 회사 경비를 줄이려 한다”는 오해도 적지 않았다. ‘거래업체에는 약을 좀 쳐야 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인 협력사들도 신세계의 의도를 의심했다. 협력업체 사이에는 “상담은 신세계에서, 밥은 경쟁사에 가서 먹는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신세계는 6천여곳의 협력회사들에게 협조 공문을 돌리고, 자사 직원들의 명함에 ‘페이’를 독려하는 문안을 새겼다.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게는 명함 크기의 전용 계산기를 지급하고, 법인카드에도 독려 스티커를 부착했다. 캠페인은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시행 석달만에 취지를 이해한 협력사들이 반기고 나왔고, 관행적으로 집행되던 회사 경비를 5억원이나 절감했다.

신세계는 1999년 국내 처음으로 기업윤리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인 ‘기업윤리 실천사무국’을 신설하면서 윤리경영을 강도 높게 실행해온 곳이다. 타성에 젖은 문화와 관행을 바꾸기 위해 신세계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지난해 납품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부정거래를 한 협력사 19곳에 거래중단을 통보했다. 같은 기간 협력사 200여곳은 경고를 받거나 거래 품목을 제한 당했다. 비윤리적인 문제로 징계를 받는 신세계 임직원들도 한해 평균 3%에 이른다. 다른 기업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치라고 한다. 일부 임직원 사이에는 너무 엄격하게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는게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이병길 신세계 기업윤리 실천사무국장은 “윤리경영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행위를 일삼는 사람들과는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신세계가 협력사와의 공존을 위해 2004년 도입한 ‘네트워크론’도 주목을 받고 있다. 네트워크론은 이마트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납품 계약서만을 담보로 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264개 협력사들이 1256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전년도에 견주면 협력사는 갑절 이상, 지원 금액은 5배나 늘었다. 성락구 신세계 자금팀장은 “공존공생하자는 취지에서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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