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벌개혁 입법 재시동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과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20대 국회서 발의됐다가 자동폐기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땐
삼성생명·SK·현대글로비스 ‘사정권’
민주당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킬 것”
코로나 위기로 기업 환경 악화
반발 여론 형성돼 발목잡힐 수도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과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20대 국회서 발의됐다가 자동폐기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땐
삼성생명·SK·현대글로비스 ‘사정권’
민주당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킬 것”
코로나 위기로 기업 환경 악화
반발 여론 형성돼 발목잡힐 수도
이번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10일 각각 내놓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은 지난 5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더불어 20대 국회(2016년 5월~2020년 5월) 때 발의됐다가 자동 폐기된 불운한 법률안이었다. 세 법안 모두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한 축인 ‘공정경제’를 상징했다. 개혁 성향의 시민단체나 전문가 그룹에서 현 정부의 개혁 의지에 의문을 제기한 배경엔 이들 법안의 입법 불발이 자리잡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뿌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가 민관 공동으로 구성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의 요구안에 있다. 일부를 깎고 보충해 개정안이 성안됐다. 그러나 정작 20대 국회에선 거의 논의가 안 되다시피 했다. 야당을 앞세운 재계의 반발을 정부·여당이 넘어서지 못해서다. 다른 법안 처리에 우선순위가 밀려 여당도 소극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는 사이 재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늘었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입법이 되었다면 규제를 받았을 기업(규제 사각지대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11.2%에서 12.4%로 1.2%포인트 뛰었다. 개정안이 입법되면 삼성생명, 현대글로비스, 에스케이(SK) 등이 규제망에 들어오게 된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안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뒤엉켜 있는 삼성·한화·미래에셋 등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규제 대상 그룹에 위험관리기구와 내부통제체계를 마련해 운용하도록 요구한다. 정부는 자본적정성 비율이나 위험관리실태 평가 결과가 기준에 미달하면 자본 확충과 위험자산 매각 등을 강제할 수 있다. 금융부문 비중이 큰 삼성과 미래에셋의 소유·지배구조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시장엔 많다.
상법 개정안은 대기업 총수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소수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담고 있다. 한 예로 총수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로 상대적 손해를 본 계열사의 모회사 소수주주들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방안도 담겼다. 총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공정경제 3법’으로 불리는 이들 법안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재벌개혁 혹은 공정경제 정책 기조에 다시 시동을 거는 의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이 177석을 확보한 터라 입법 가능성도 20대 국회 때보다 밝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악화된 대내외 경제 환경이 입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두 법안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재벌그룹을 중심으로 ‘기업 옥죄기’ 입법이라는 반발 여론이 형성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여당 태도도 소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입법예고 단계인 터라 여당 쪽은 아직까지 입법 전략을 논의하지는 않은 상태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직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3법이 중점 처리 법안으로 분류되지는 않은 상태다. (국회에 제출되면) 연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은 한국 경제의 혁신과 지속가능한 경제의 토대다. 경제가 어렵더라도 질서를 바로잡는 노력은 중단해선 안 된다”고 했다.
송채경화 박현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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