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말까지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국제 합의를 추진하는 가운데, 여기에 참여하는 우리 정부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대책(BEPS) 2.0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어 “디지털세 도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세수 증대 및 감소 요인이 모두 있다”며 “정부는 디지털세 적용 대상이 되는 국내 기업의 이익률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세는 구글·페이스북 등 다국적 정보통신(IT) 기업이 매출을 올린 국가에도 일정 부분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국제 논의 과정에서 미국 요구로 삼성전자 등 전통적인 소비재 기업도 디지털세 논의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안 선임연구위원은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공급하는 디지털 서비스와 소비재에 세금을 거둘 수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 내는 세금이 늘어난다면 이에 따른 세액공제로 국내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모의분석에서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국제투자 허브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세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세계적으로 1천억유로 규모의 세수 증대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아직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한국 입장에서는 세수 증가·감소 중 어느 쪽이 더 클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법인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충격도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총세수 대비 법인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이 8.8%이지만, 한국은 15.7%에 이른다. 예정처는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환경변화는 우리나라에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자체 보고서에서 “외국기업이 국내에 내는 디지털세보다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전자 등 소비재 기업은 디지털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소비재 기업과 정보통신기업 간 세율에 차등을 두는 등 구체적인 기준을 잘 정하면 한국이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지털세 부과는 필요하다고 보고 검토하고 있다”며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범위 내에서 참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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