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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철강 명장의 스마트 분신…AI 정확도가 경쟁력 좌우

등록 2020-07-01 04:59수정 2020-07-01 10:09

스마트화 5년 포스코 공장 가보니

섭씨 1300도 소결기
사람이 하던 24시간 모니터링
인공지능이 750여 지표로 제어
현장 직원은 AI시스템 관리·감독

첫 도입때 정확도 60% 그쳐
최근 90%까지 끌어올려

중국 거센 추격 뿌리치려면
100% 가까워지는 게 목표
AI 다루는 엔지니어 양성 공들여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지난 19일 경상북도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3소결공장 운전실. 바깥의 요란한 기계 소리가 무색하리만큼 고요하던 운전실에 느닷없이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배기가스 온도, 가스 배관 압력, 원료의 수분 함량…. 실시간으로 바뀌는 수치를 살피는 남동혁(37) 계장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였다. 압력과 온도 모두 정상 범위를 벗어난 탓이다. 섭씨 130~140도를 오르내리던 온도는 128도까지 떨어졌고, 압력도 정상 범위를 1㎪(킬로파스칼·압력단위)가량 밑도는 –19㎪ 부근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분 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 확인 좀 해주세요.” 몇 분간 숫자를 따져보던 남 계장이 전화기에 대고 외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온도와 압력이 동시에 떨어지면 보통 수분이 부족하다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인공지능은 반대로 수분 함량이 너무 많아 수분 제공을 줄인다고 하니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했죠.”

현장 근무자가 직접 측정해보니 수분 함량은 정상 범위를 벗어난 5%까지 떨어져 있었다. 고장 난 자동 수분측정기가 8%라는 잘못된 수치를 전달하는 바람에 인공지능의 판단에도 오류가 생긴 것이다. 남 계장은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서도 인공지능이 오류를 감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 제철소’의 마지막 퍼즐

이날 <한겨레>가 찾은 3소결공장은 포스코가 지난 5년간 추진해온 공장 스마트화의 마지막 퍼즐이다. 소결공장은 철광석을 한 번 구운 뒤 지름 20㎜의 균질한 입자로 부숴 용광로로 보내는 곳이다. 맨 앞 공정인 만큼 최종 완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포스코의 스마트공장 전환 계획에서는 마지막 순서를 차지했다. 소결 과정은 변수가 많아 인공지능 설계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15년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을 시작으로 비교적 단순한 공정부터 스마트화를 진행해왔다. 포항제철소 3소결공장은 소결공장 중 처음으로 지난해 인공지능을 시범 도입해 올해부터 정식 운영 중이다.

“지난해부터 일을 새로 배우기 시작한 셈이죠.” 남 계장은 인공지능이 도입된 후 그의 일과도 예전과는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는 섭씨 1300도에 이르는 소결기를 사람이 바로 옆에서 24시간 모니터링하며 기계의 속도 등을 직접 조절해왔다. 적확한 판단을 내리는 ‘명장’의 존재가 중요했던 이유다.

인공지능이 명장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이런 풍경도 사라졌다. 인공지능은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750여개 지표를 바탕으로 공정을 제어한다. 길게는 4시간 간격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던 과거와 달리 발 빠른 대응도 가능해졌다. 현장 직원의 업무는 이제 인공지능 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1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3소결공장 운전실에서 남동혁 계장이 스마트 제어 시스템을 감독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지난 1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3소결공장 운전실에서 남동혁 계장이 스마트 제어 시스템을 감독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정확도 90%까지 개선됐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도입 초기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60%에 불과했다. 10번 중 4번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첫 6개월간은 개발자가 공장에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시스템을 고쳤다.

이날도 남 계장은 바쁘게 뛰었다. 일단 수분 측정·제어 시스템이 수동으로 전환됐고, 수분측정기는 수리에 들어갔다.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아직 그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수분측정기가 고장 난 게 가장 문제이긴 하지만, 온도와 압력이 동시에 떨어지면 수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인공지능이 알면 더 좋겠죠.” 현장 의견은 공장 기술개발섹션과 본사의 스마트팩토리기획그룹에 전달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최근 90%까지 개선됐다. 최명석(41) 소결공장장은 “정확도가 100%에 가까워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인공지능도 다룰 줄 아는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일도 숙제다. 포스코는 2017년부터 포항공대 인공지능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는 직원에게 현업 열외와 교육비 전액 지원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직원 104명이 교육을 받았다. 그중 한 명인 이준수(32) 대리는 “아무래도 인공지능만 알고 현장을 모르면 현장에 맞는 모델을 개발하기가 힘들다. 그런 생각에 공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이처럼 스마트화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중국의 행보가 있다. 기술 측면에서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품질 개선뿐 아니라 생산 단가도 낮춰야 차별화를 이룰 수 있어서다. 실제로 포스코는 3소결공장 스마트화에 16억9000만원을 투자했는데, 연료비는 2018년에 비해 지난해 23억원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 정확도와 공정간 연속성이 개선되면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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