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부가가치세(부가세) 간이과세 적용 대상을 20년 만에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소 자영업자들의 세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서인데, 탈세 요인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 설명을 들어보면, 정부는 이달 하순 발표할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부가세 간이과세를 적용받는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연 매출 4800만원 미만 사업자가 해당되는데, 이 기준을 6천만원이나 8천만원 정도로 올려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부가세 간이과세 확대 방침을 묻는 말에 “세제 개편안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보통 부가세는 매출세액(매출액×10%)에서 매입세액(매입액×10%)을 뺀 금액으로 산출한다. 이때 납세자가 제출한 세금계산서가 근거 자료가 된다. 반면 간이과세는 매출액에 업종별로 부가가치율(5~30%)을 곱한 뒤 다시 10%의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 제출 의무가 없고 일반과세보다 납부해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도 본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부가세 신고인원 가운데 간이과세자 비중은 24.1%로, 2015년(28.4%)에 비해 다소 줄었다.
간이과세 대상 확대 문제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업계에서는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해 간이과세를 넓혀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난 2000년 신설 이후 20년간 물가가 상승한 만큼 간이과세 기준도 올리는 게 합당하다는 주장도 한다.
반면 간이과세는 세금계산서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탈세 유인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근로소득자와 과세 형평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에서 간이과세 대상 확대를 요구해와도 기재부는 탈세 우려 때문에 반대해왔다. 20년간 물가 상승을 통해 자연스럽게 간이과세자 비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다시 기준을 올리면 그동안의 정책 기조와 정반대로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올해 들어 국회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는 분위기다. 간이과세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세금계산서 발행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나 페널티 등 장치를 둬서 누락이 없도록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낸 보고서에서 간이과세에 적용되는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실제 부가가치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 탈세 유인을 낮추거나 탈세 전력이 있는 경우 간이과세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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