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이창용 IMF 아·태국장 “재정 지속가능성 위해 보편증세 논의해야”

등록 2020-07-09 18:56수정 2020-07-09 19:18

<한겨레>와 인터뷰서 재정 건전성 위한 ‘증세’ 강조
저출산·고령화 대비 필요…재정준칙도 마련해야
코로나 대응 재정지출 규모 적정…내년 회복 더딜 듯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증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당장은 적자를 감수한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장기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창용 국장은 서울대 교수를 지내다 2013년부터 아이엠에프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사회안전망 강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자본소득 과세 등 이른바 ‘부자증세’만으로는 모자라다”며 “필요한 세수 조달을 고려하면 포괄적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한겨레>와 지난 5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재정에 대한 우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국장은 보편 증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로 국가부채비율이 2040년이 되면 GDP 대비 60%를 넘어서고 2050년이 되면 100%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종부세, 법인세 등 누진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국가채무비율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수 한두 개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세율(10%) 인상과 소득세 면세 비율을 낮춰 납세자 수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세수를 확보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부가가치세 등) 일부 세금의 역진성을 논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며, 취약계층 지원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재정 씀씀이가 정치적 이해에 좌우되지 않도록 재정준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로 세수 부족이 분명한 상황인데 재원조달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재정지출만 강조하는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책 주도권이 행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갔고, 저성장으로 대중영합적인 정책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상황이어서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재정준칙이 경직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을 위해 명시적인 예외 규정을 두는 규칙을 마련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재정준칙을 준비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8월에 재정준칙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대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국장은 “코로나19의 피해가 저소득층,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 집중된 것은 선진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이엠에프에 따르면, 금융지원까지 포함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6월 기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본 35.3%, 독일 40.9%, 미국 14.9%, 한국 14.4%, 중국 4.6%, 인도 6.1% 등이다.

이 국장은 “올해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 했는데 향후 회복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낫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며 “아이엠에프의 전망치 가운데 올해보다 내년을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아이엠에프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보다 0.9%포인트 낮춘 -2.1%로, 세계성장률 전망치는 1.9%포인트 낮춘 -4.9%로 지난달 발표했다. 또 내년은 한국은 3.0%, 세계는 5.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상처는 덜하지만, 아무는 것은 더딘 셈이다.

아이엠에프는 지난달 올해 한국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1%와 -4.9%로 제시했다. 내년에는 한국 경제는 3.0%, 세계 경제는 5.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국장은 “올해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덜 하락하지만, 우리 경제 성장의 주력인 수출의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내년에도 상대적 우위가 이어질지는 자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수준이 아니라 -3∼-4%까지 하락한다면 한국은 단기적으로 재정 집행 여력이 있기에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재정 지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규모뿐만 아니라 일시적 지출임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밝혔다. 아이엠에프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경기 대책은 선별적(Targeted), 일시적(Temporary), 투명(Transparent)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국장은 기본소득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당장 눈 앞에 있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 강화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인 데다 재원 여력이 있다면 사회안전망 강화가 우선”이라며 “현 수준의 4대 보험 유지만으로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 노인빈곤층이 한국 사회의 큰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 보호도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 “사회안전망 강화부터 해결한 뒤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며 “우선순위와 재원조달은 언급하지 않고 기본소득의 장밋빛 전망만 제시한다면 무책임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