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이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아 자사의 펀드에 집중적으로 담았다고 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거의 발행되지 않아 사실상 투자할 수 없는 상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되지도 않는 상품을 ‘안전한 투자 대상’이라고 홍보해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실제로는 고위험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옵티머스펀드가 펀드에 담았다고 밝힌 공공기관 매출채권의 지급 기관은 부산광역시,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환경공단, 부산항만공사 등이다. 지방채를 발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규 예산을 편성 받는 정부 산하기관이 포함됐다. 13일 <한겨레>가 확인해 보니, 이들 가운데 실제로 민간기업에 매출채권을 지급한 적이 있다고 밝힌 곳은 하나도 없었다.
매출채권은 한 회사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면서 바로 현금으로 결제하지 않고 추후에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거래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어음이다. 그런데 민간 기업과는 달리 한 해 예산을 미리 짜 운용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매출채권을 활용해 거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요새는 민간 기업 보호 차원에서 관급공사 결제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는 추세다. 돈이 모자라면 예산 항목을 조정하지 매출채권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도 “정부에서 예산을 미리 지급 받기 때문에 예산 안에서 쓸 수 있는 사업만 맡긴다. 채무를 어음으로 지급하는 일 자체가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매출채권을 활용하기 보다는 정식 지방채나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부산광역시 관계자는 “가급적 예산 내에서 계약대금을 처리하고, 설사 모자란다 하더라도 지방채를 발행한 뒤 현금으로 지급하지 매출채권을 주지는 않는다”며 “이제까지 각종 공사대금을 매출채권으로 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도 “초과분이 생기면 자사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조달한 뒤 업체에 지급한다. 공사대금이나 용역계약을 매출채권으로 지급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에 담았다고 주장하는 ‘부산광역시매출채권’이나 ‘한국도로공사매출채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도 관계자도 “지난 4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사채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 서면검사를 했다”며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제출한 매출채권 내역을 토대로 공공기관들에 확인해 봤더니 실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옵티머스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펀드 관련 사무관리를 하면서 매출채권의 이름을 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예탁결제원은 문제점을 알아채지 못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발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다 채권 식별번호가 부여되지 않아 자산 조회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도 이런 점을 악용해 임의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이름을 따 있지도 않은 매출채권 명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채권 매니저는 “정식으로 발행된 채권이 아니다 보니 운용사나 수탁사가 계약서와 대출약정서를 꼼꼼히 봐야 하고 이마저도 진위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상당수 자산운용사는 매출채권으로 펀드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선 “‘부산시매출채’는 이름을 보고 약간 의아하게 여겼을 법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검증하려면 직접 채무자에 전화를 해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대다수는 서류로 검증하니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펀드를 가장 많이 판 엔에이치(NH)투자증권은 “운용사가 딜 소싱(계약 수주)과 펀드운용 기밀이라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절대 공개하지 않았고, 공공기관과의 관계를 위해 연락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며 “현행법상 투자에 관한 관리·감독 권한이 운용사에 있어 더 이상 관여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탁사인 하나은행은 “사모펀드라 자산 내역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했고,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은 “운용사가 보내준 대로 적었을 뿐”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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