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가계와 기업의 대출 증가 폭이 커져, 실물경제의 위험 요인이 된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14일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의 ‘최근 우리나라 민간신용 증가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197.6%로, 전년(187.6%) 대비 10%포인트 증가했다. 민간신용은 금융기관이 민간에 돈을 공급하는 것으로, 대출이나 기업의 유가증권 매입 방식 등으로 이뤄진다.
예정처는 국제결제은행(BIS)에 자료를 제공하는 주요 43개국과 비교한 결과 한국이 이들 나라의 평균(156.1%)보다 41.5%포인트나 높다고 설명했다. 증가 폭(10%포인트)도 칠레(11.1%포인트) 다음으로 높았다. 예산정책처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후의 증가세 이후 가장 가파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1.1%로 이미 200%를 넘어섰다.
부문별로 보면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5%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 증가율(5%)보다 커졌다. 주택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다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신용은 1분기 기준으로 2018년 4.6%, 2019년 7.9%, 올해 8.6%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올해는 기업들이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 노력 때문에 상승폭이 커졌다.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급증함에 따라, 신용위험의 지표로 이용되는 신용갭도 빠르게 상승했다. 신용갭은 민간신용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신용갭이 커질수록 경기 악화 시 자금조달력이 낮아져 신용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커진다. 신용갭이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2~10%포인트면 ‘주의’, 10%포인트를 넘어서면 ‘경보’ 단계로 구분한다. 2019년 말 현재 한국의 신용갭은 2018년 말(0.4%포인트)보다 크게 상승한 7%포인트로 ‘주의’ 단계에 있다. 신용갭은 1998년 외환위기 기간과 2009년 세계 금융위기 기간에 10%포인트를 넘어선 바 있고, 최근 수준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분기(6.8%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정처는 올해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208%까지 치솟아 지난해 대비 10%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예정처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민간신용 확대는 채무부담 증가에 따른 투자·소비 둔화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