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6월 24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출마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자리에 도전하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 개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사무총장 선거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6월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에 공식 출마 선언을 한 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당선되면 한국인 최초이자 여성 최초 사무총장이 된다. 주요 경쟁 후보로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나이지리아) 전 세계은행 전무와 아미나 C. 모하메드(케냐) 전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의장이 거론된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사무총장 후보 정견발표에서 유 본부장은 ‘3아르(R)’를 자신의 핵심 비전으로 내세운 바 있다. 위기에 처한 세계무역기구의 적실성(Relevance)과 회복력(Resilience), 대응력(Responsiveness)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세계무역기구는 미국의 반대로 상소기구가 마비되는 등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본부장은 “장관 수십명과 통화하면서 느낀 바로는 많은 국가가 제 기능을 못하는 세계무역기구에 실망과 좌절을 느끼고 있었다. 세계무역기구의 협상·분쟁·이행 기능을 복원하도록 개혁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 개혁의 방식에 대해서는 “상소기구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서도 회원국 간에 이견이 크다. 다양한 방법으로 논의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또 “특히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반복될 경우 세계무역기구가 상품과 서비스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한편 (위기가) 보호무역조치를 쓰는 기회로 악용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준비를 미리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3R’을 제시했고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후보 중 유일한 현직 통상장관으로서 장점을 살려 선거운동에 매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비전을 제시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며 “120여개국 인사들을 직접 만나 마음을 얻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일본의 지지 여부에 대해서도 “일본도 다자무역체제 수호자이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를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본다. 제네바에 머무르는 동안 주제네바 일본 대사와도 만났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에 관해서는 “친중인지 친미인지 물어보면 저는 ‘친회원국’이라고 답한다”며 “직접 미국·중국과 협상해본 경험이 지금과 같은 분열 위기에서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보 8명을 5명로 압축하는 1라운드의 결과는 다음 달 중순에 발표된다. 1라운드에서 각 회원국은 후보 4명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유 본부장은 “투표 직전 2주간은 다시 주요 국가들을 방문해 적극 선거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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