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부터 생산 예정인 니콜라 픽업트럭 ‘배저’(Badger). 니콜라 제공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수소전기트럭 전문 업체 니콜라가 한 배를 탔다.
제너럴모터스는 8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고 니콜라에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니콜라 신주를 인수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가 인수하는 신주는 니콜라 지분의 11%로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제너럴모터스는 니콜라 이사 1명을 임명할 권한도 갖는다.
두 기업 간 협력의 첫 타자는 니콜라 ‘배저’(Badger)다. 배저는 니콜라가 2022년 말부터 생산할 예정인 전동화 픽업트럭이다.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600마일(966㎞)에 이른다는 게 니콜라 쪽 설명이다. 지난 6월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으며 오는 12월3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리는 ‘니콜라 월드 2020’에서 공식 공개된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 최고경영자(CEO). 니콜라 제공
제너럴모터스는 배저에 ‘얼티엄’ 배터리와 연료전지 시스템 ‘하이드로텍’을 탑재하는 등 제조 공정 전반을 담당한다. 얼티엄은 제너럴모터스와 엘지(LG)화학의 합작 법인에서 생산할 예정인 차세대 배터리다. 니콜라는 배저 브랜드와 판매, 마케팅을 담당한다. 이밖에 니콜라 트레(Tre)·원(One)·투(Two) 등 세미트럭도 협업 대상이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로써)니콜라는 수십년치의 공급·제조 지식과 검증받은 전기차 동력, 세계적인 수준의 투자자 확신을 하루아침에 얻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니콜라가 테슬라와 같은 길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0년 일본 도요타는 테슬라에 5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전기차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제너럴모터스와 합작해 세웠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장도 같은 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인 4200만달러만 받고 테슬라에 넘겼다. 2016년 말 도요타가 테슬라 지분을 전부 매각하면서 둘은 결별 수순을 밟았지만 도요타의 투자가 테슬라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완성차 업체로서의 역량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니콜라 입장에서는 제너럴모터스의 투자가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제너럴모터스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이미지를 탈피하는 동시에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까지 니콜라를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번 협력으로 그런 우려를 좀 덜게 됐다”면서도 “제너럴모터스 입장에서는 니콜라의 향배에 따라 리스크가 큰 모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뉴욕 증시에서 니콜라 주가는 전날보다 40.79% 오른 50.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