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8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7조8천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13살 이상 전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기 위해 9천억원을 편성해 경제 효과 등 적정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10일 4차 추경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한정된 예산으로 폭넓게 지원하지 못함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8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해 “코로나로 힘겨운 국민들과 큰 피해를 입어 살길이 막막한 많은 분들에게 이번 추경의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상경제회의 뒤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조금 더 피해가 큰 계층에 조금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드리자는 뜻인 만큼 국민들이 너그럽게 헤아려주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원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통신비 지원은 애초 계획(5천억원)보다 늘렸다.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로서는 청년층이나 노년층에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제기했지만,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간담회에서 최종적으로 13살 이상 국민에게 드리는 걸로 결정됐다”고 말해 기재부의 애초 계획은 아니었음을 밝혔다. 또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가계 부담을 덜어드리는 효과는 있고, 경제적 승수 효과는 더 분석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통신비는 이동통신사에서 1명당 1개 폰의 9월분 요금을 일괄 차감한 뒤 이용자에게 통지하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이 때문에 통신비 대신 공공병원 건립이나 고용보험 확충 등 다른 분야 예산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구직급여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크게 늘어 적자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보험 지원은 통신비 지원금보다 낮은 7천억원이 책정됐다. 또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공공병원 역시 내년 예산에서 전혀 재원이 마련되지 않았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는 “통신비 지원 금액을 고용유지지원금이나 구직급여의 폭과 지원기간을 더 넓히고 늘리는 데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전액 무료가 훨씬 더 필요하고 긴급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여론 무마용’이라며 지금이라도 추경을 늘려 전국민 지원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맥락도 없이 끼어들어간 통신비 2만원 지원 계획은 황당하기조차 하다. 두터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 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신비는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 버리니까 승수 효과가 없어서 아쉽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한편, 4차 추경으로 연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도 기존 43.5%에서 43.9%로 올라갔다.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1%로 상정해 전망한 것인데, 실제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 채무비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이정훈 장나래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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