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재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를 역대 최저금리로 발행하는 것에 성공하면서, 다른 정책금융기관이나 공기업들도 유리한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평채는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조성되는 외국환평형기금 조달을 목적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14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10억∼15억달러 규모의 수출입은행채를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와 접촉 중이다. 이날 투자 수요를 확정한 뒤 15일 새벽 발행규모와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유로화 3년물, 달러화 5년물, 10년물 등 세 가지 형태로 10억∼15억달러 규모의 수출입은행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발행될 수출입은행채 금리는 기존보다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외평채와 20bp(1bp=0.01%포인트) 금리 차이를 두고 수출입은행채를 발행해 왔는데, 지난주 외평채가 역대 최저의 낮은 금리로 발행돼 수출입은행채도 유통금리보다도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14억5천만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달러화 10년물(6억2500만달러)은 1.198%, 유로화 5년물(7억유로)은 -0.059% 금리였다. 그동안 외평채는 채권 간 거래 금리를 뜻하는 유통금리 수준에서 발행됐는데, 이번에는 최근 유통금리(61bp)보다 10bp포인트 이상 낮은 50bp로 발행됐다. 즉, 미국 국채금리(10년)에 50bp만 추가한 1.198%로 발행됐다는 의미다. 또 유로화 5년물은 비유럽국가의 유로화 표시 국채 가운데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됐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달러화 10년물의 경우 처음 제시한 90bp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50bp로 크게 낮아졌다”며 “통상 글로벌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재정건전성과 함께 외평채 금리 수준을 많이 참고하는데, 이번에 역대 최저금리 발행에 성공한 것은 그만큼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했고,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국내 기업, 금융기관의 외화조달 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 방역과 경제위기 대응 등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장 수출입은행뿐만 아니라 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등이 발행할 외화채권의 발행 금리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해마다 각각 60억∼70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내년까지 8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한해 국내 기관의 외화채권 발행 규모가 350억∼400억달러 수준으로, 금리가 10bp포인트 내려가면 3500만∼4000만달러 정도의 이자비용 감소 효과가 있다고 점쳤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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