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으로 2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 감소율이 두자릿수에 달해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등 기업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15일 한국은행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3862곳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매출액이 1년 전보다 10.1% 줄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코로나19 타격이 시작된 1분기(-1.9%)에 견줘도 매출 감소폭이 5배 넘게 확대됐다. 2분기 들어 미국과 유럽이 강력한 봉쇄에 나서면서 국내 수출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 매출은 2019년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성장동력 약화로 기업 외형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매출이 12.7% 줄어 충격이 컸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 업종 매출이 26.8% 급감했고 자동차 수요부진에 운송장비업도 17.3%나 줄었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도 매출이 6.5% 줄어 역대 최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여객·화물 항공수송이 감소한 영향으로 운수업 매출이 15.8% 급감했다. 교역 위축으로 도·소매업(-6.9%)도 타격을 입었다.
기업의 외형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인 총자산(자본+부채)은 부채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대기업들이 비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익성도 떨어졌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5.5%에서 5.3%로 하락했다. 역시 제조업(5.7%→5.3%) 부진 영향이 컸다. 운송장비업의 영업이익률은 1.0%까지 추락했다. 금속제품업(6.5%→3.6%)은 수입 원재료(철광석) 가격은 올랐는데 제품 판매가격은 떨어져 수익구조가 나빠졌다. 비제조업의 영업이익률(5.3%)은 0.1%포인트 상승했다. 국제항공 수송량은 줄었지만 화물운임이 올라 운수업의 영업이익률(4.2%→6.4%)이 개선된 덕분이다.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하락폭(0.7%포인트)이 대기업(0.1%포인트)보다 컸다.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 컨테이너 화물이 선박에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2분기 명목성장률(-1.6%·전년 동기 대비)에 견줘 기업매출 감소폭이 과도하다”며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하는 ‘축소경제’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세전 순이익률도 0.2%포인트 하락한 5.2%로 나타났다. 기업이 1천원어치 상품을 팔았을 경우 실제 손에 쥔 돈은 52원에 그쳤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의 순이익률(5.1%)이 1.1%포인트 급락하면서 대기업(5.2%)과 역전됐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87%로 1분기(88.2%)보다 낮아졌다. 주요 기업들이 1분기말에 부채로 잡힌 미지급배당금을 2분기에 지급한 영향이다. 차입금의존도(25.6%)는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0.3%포인트 높아졌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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