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양동수 더함 대표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임대주택’ 사업 주역
6월 입주 시작한 ‘위스테이별내’ 주변보다 20~30% 낮아
직접 해보니 시행·시공·관리비용 얼마든지 줄일 수 있어
개발이익을 지역 공동체로 돌리는 방안 많이 만들어내야
경기도 ‘기본주택’, 좋은 방향이지만 중앙정부에 의존적
현행 정책 틀에서도 바로 가능한 방식으로 해보자는 것
‘주택정책’에서 삶의 질 높이는 ‘주거정책’으로 바뀌어야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임대주택’ 사업 주역
6월 입주 시작한 ‘위스테이별내’ 주변보다 20~30% 낮아
직접 해보니 시행·시공·관리비용 얼마든지 줄일 수 있어
개발이익을 지역 공동체로 돌리는 방안 많이 만들어내야
경기도 ‘기본주택’, 좋은 방향이지만 중앙정부에 의존적
현행 정책 틀에서도 바로 가능한 방식으로 해보자는 것
‘주택정책’에서 삶의 질 높이는 ‘주거정책’으로 바뀌어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에는 기존 아파트단지와 다른 새로운 주거공간이 있다.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별내’다. 7개 동 491가구 규모이며, 지난 6월29일 첫 입주를 시작했고 이달 10일 현재 입주율은 96% 수준이다.
위스테이별내는 사회적 기업 ‘더함’이 2016년 12월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협동조합형 뉴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 공모사업 주관사로 선정된 뒤 협동조합(‘위스테이별내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 등 준비를 거쳐 계룡건설산업에 맡겨 건설됐다. 위스테이 입주자들은 임차인인 동시에 협동조합을 통해 아파트를 간접 소유하는 집주인의 성격도 띠고 있다.
양동수(44) 더함 대표는 지난 10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택지, 자금 조달에서 공적 지원을 받고 개발이익을 건설사에 돌리지 않는 방식이라 임대료를 낮게 책정할 수 있고 커뮤니티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스테이별내의 3가지 주택형(전용면적 60, 74, 84㎡) 중 74㎡ 기준으로 임대료는 보증금 1억4천만원(조합 출자금 4천만원 포함), 월 임대료 42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20~30% 싸다. ‘아파트 마을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에 걸맞게 커뮤니티 공간이 법정 면적의 2.5배(3147㎡)에 이른다. 위스테이 2호는 고양 지축에 짓고 있으며 2022년 상반기 입주 예정이다.
양 대표는 “꼭 위스테이 모델일 필요는 없지만 공공지원을 받아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에서만큼은 개발이익을 건설사가 아닌 공동체, 지역사회로 돌리는 다양한 방식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서울 중구 서울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청신호 명동’(더함에서 위탁 운영하는 공간)에서 했다.
―위스테이가 본보기로 삼은 다른 나라 모델이 있는가?
“법제나 정책 준거 틀이 달라 한국에서 가능한 모델을 찾아야 했다. 처음부터 공공지원 민간임대 모델로 구상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엔 서울시내 역세권에 청년주택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서울시에 제안을 했다.”
그게 2015년 하반기쯤이었는데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신 국토교통부 쪽으로 연결해줬다고 한다. 마침 국토부에는 ‘뉴스테이’라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의 정책 틀을 갖고 있던 터였다. “서울시에 제안한 것을 뉴스테이라는 기존 정책 틀에 넣어 변형하면 구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사업 구조를 다시 짠 기획안을 국토부에 들고 갔다.”
―변경의 핵심 내용은?
“조합원 출자 방식인 점이다. 사회적 기업이 출자했다가 나중에 협동조합에 넘겨 건설사에 돌아갈 (개발)이익을 공동체로 돌리는 게 핵심이다. 기존 뉴스테이 모델은 건설사가 출자해 끌고 가는 방식이다.”
양 대표는 “서울시에 제안할 당시 일자리를 만들거나 저소득층 고용을 위한 사회적 기업들은 많이 생기는데 주거 문제, 공간의 문제를 풀어내려는 사회적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런 사회적 기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관계망이 무너지고 있는 게 한국 사회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문제의 기초 원인인 것 같다. 관계망은 왜 무너지는가. 주거, 부동산, 금융의 문제가 주요하게 연결돼 있다고 본다.”
―조합원 출자 방식으로 한 이유는?
“기존 뉴스테이의 문제점 때문이었다. 공공이 토지든, 자본이든, 용적률 혜택이든 제도적 지원을 해주니 개발 리스크가 낮아지는데, 개발이익은 건설사가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건설 리스크가 낮고, 출자금액이 많지 않다면 입주민이나 지역사회에 이익을 돌리는 커뮤니티 실험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입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건설사 대신 출자해 들어가는 구조를 짜면 시공, 시행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초반부터 다양한 커뮤니티 실험을 해볼 수 있겠다고 판단해 그렇게 설계했다.”
―일반적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 위스테이의 임대료 차이는?
“건설사가 시행, 시공, 운영하는 일반적인 민간임대는 시세보다 5~10% 싸다. 위스테이는 20~30% 싸게 만드는 게 목표였고 실제 그렇다. 그 임대료 안에는 월 5만원인 커뮤니티 이용료도 포함돼 실질 임대료는 그만큼 더 싸다.”
―위스테이 모델에서 혜택을 받는 대상은 몇백 가구로 제한적이다. 공적 지원의 명분은 뭔가?
“공적 지원을 받는 대신 임대료를 낮추고, 8년 의무임대 기간 후 개발이익을 건설사가 아니라 비영리법인인 사회적 협동조합에 돌아가게 하는 방식으로 공공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익의 수취 주체는 비영리 성격인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개인에게 개별적인 배당은 불가능하다. 공동체와 지역사회에만 쓸 수 있다. 그게 현재 모델(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보다 공공성이 높은 점이다. 8년 이상 임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소득 요건을 따져 임대료 수준을 책정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면 공공성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공공분야를 상대로 계속 설득하고 있다.”
양 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전반의 공공성을 높이자고 제안한다.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2018년)을 보면, 2022년까지 공공임대 65만, 공공지원 20만, 공공분양 15만 등 총 100만호를 공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중 공공지원 방식에서만큼은 가능한 한 개발이익이 건설사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자는 게 양 대표의 주장이다.
“건설사 말고 공동체, 지역사회에 이익을 돌리는 방식을 많이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그런 방식에선 정부가 개발이익을 더 환수할 수도 있고, 취약계층에는 임대료를 더 싸게 적용하는 식으로 정책을 더 디테일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임대 기간 8년 뒤 공동체가 깨지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위스테이처럼 공공성을 높이고 소비자 욕구를 반영해 공간 구성을 다양하게 하자면 설계비가 비싸지는 것 아닌가?
“저희가 직접 시행을 이끌어보니 비용을 낮출 버퍼(여지)가 있었다. 모델하우스, 시공, 마케팅 비용을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 건설사 주도 방식에선 설계, 시행, 시공 단계에서 다 비용이 많이 들고 나중에 자본이익까지 건설사로 간다. 역할을 나누고 비용을 낮추고 이익을 적정하게 갖고 가도록 해야 한다.”
―비용을 어느 정도 절감했는가?
“시행과 시공을 분리하고 건설사가 단순도급으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건설사가 지분투자 방식으로 참여하는 다른 사업에 비해 관행적인 도급비를 줄였다. 통상적인 도급단가보다 평당 40만~50만원 낮았다. 덕분에 전체적인 비용을 100억원가량 절감했다. 그 비용으로 임대료를 낮추고 커뮤니티 공간을 늘릴 수 있었다.” 위스테이별내의 전체 사업비는 2천억원, 이 중 건축 사업비는 900억원, 직접 공사비는 800억원 정도였다고 한다.
―건설사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라 추진이 잘 안될 수 있을 것 같다.
“위스테이 같은 방식이 건설사에 좋은 점도 있다. 건설사 주도 방식에선 업체가 직접 출자를 해야 하고, 장기간 자금을 묶어놔야 한다. 그 부담을 덜 수 있다. 공공지원이니 공사비를 떼일 염려가 없다는 점도 있다. 또 공공을 상대로 (일감을 따내는) 영업이 얼마나 어렵나. 이런 비용을 낮추고 적정한 시공 비용을 갖고 가는 방식을 선호하는 건설사도 많다.”
―경기도에서 제안한 ‘기본주택’ 구상이 관심을 끌고 있다. 위스테이 모델은 이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구조가 유사하다. 차이라면 기본주택은 ‘사회적 경제’ 영역이 아닌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시행을 맡는 방식이다. 또 기본주택은 현행 정책 틀에서 하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고, 토지는 조성원가로, 기금 융자율은 1%대로 낮추고, 용적률을 높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스테이 모델과 차이가 있다.”
―기본주택이 중앙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건가?
“큰 틀에서 취지에 동의한다. 다만,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다리지만 말고 현행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징검다리 형태로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바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보자는 거다. 곧바로 30년짜리 임대 방식으로 하기 어렵다면 10년, 15년짜리 임대 방식부터 해볼 수 있다고 본다.”
―위스테이 모델에 관심을 보이는 다른 지자체가 있는가?
“여러 지자체와 논의하고 있다. 특히 경남도와는 1년 넘게 논의 중인데, 산단(산업단지)과 연계하고 싶어 한다. 김해, 창원에 부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주거지 공급에 커뮤니티 시설, 문화 프로그램이 같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지방 산단의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일하러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에선 임대료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뮤니티 기반을 통해 실질적인 생활비를 줄이고 가처분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대와 자가로 대별되는 주택시장에서 위스테이 모델이 대안이긴 하나, 확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확장이 잘 안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 주체가 되고, 공공과 민간 영역(건설사)이 어울리는 방식인데, 민간의 자본 영역에선 이 모델을 납득하고 있다. 시공을 통한 수익이 나오고 사업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공 영역에서 인식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주택 사업은 호흡이 긴 것인데, 담당자는 1년마다 바뀌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현 정부 주택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전체적인 방향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임대차 보호법, 다주택 규제, 이런 정책들은 당연히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쉬운 것은 공공임대 정책도 고도화되고 맞춤식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은 미흡하다. 외부에 좋은 파트너십을 활용하고 커뮤니티 중심의 주거복지와 연계해야 한다.”
―주택정책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한다고 보는가?
“집값, 물량 공급만을 목표로 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고 본다. ‘주택정책’이란 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거정책’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주거복지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삶의 질,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관점으로 정책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 정책 기능이 현재 다양한 부처에 흩어져 있다. 이것들을 합쳐야 한다.”
위스테이별내에서 그와 관련한 실험이 처음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양 대표는 전한다.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와 ‘육아친화 마을’에 대한 협력을 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남양주시와 함께 방과후 돌봄인 ‘다함께 돌봄 센터’ 사업에 대한 협력을 하고 있다. 이런 여러 실험을 하고 커뮤니티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관행대로 언제까지 몇만호 짓는다는 얘기만 할 게 아니다.” kimyb@hani.co.kr

양동수 더함 대표가 10일 서울 중구 서울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청신호 명동’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 ‘위스테이 별내’. 더함 제공

변호사에서 공간개발·도시재생 사업가로
양동수 더함 대표는
사법시험 47회 출신으로 2007년부터 변호사로 일해왔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2009년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만든 공익재단에 관여하면서 공익 활동과 사회적 경제, 주거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로펌 공익재단에 들어가면서 이후 7~8년 난민, 이주민, 장애인, 탈북민 같은 소수자 법률 지원과 제도 개선 일을 했다. 2010~2011년께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이 일어났고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지원과 관련한 정책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다.”
양 대표가 이경호 변호사와 공동으로 ‘더함’을 설립한 것은 2014년이었다. 처음엔 로펌으로 출발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사회적 경제 영역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법센터 성격이었다. 지금은 더함이란 플랫폼을 기반으로 위스테이 같은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임대·커뮤니티 관리, 공간개발과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 예로 명동성당 앞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더함의 직원은 부동산 개발 담당 6~7명을 비롯해 40명에 이른다. ‘법무법인 더함’(대표 이경호)은 따로 분사해 나간 상태다. 양 대표는 2년 전부터 변호사 업무에선 손을 떼고 지금은 더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성격의 비즈니스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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