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15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현금지원, 세금감면 등으로 시중에 돈을 풀고 있지만, 감염 사태가 길어지면서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돈 풀기’도 최대한의 정책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곳에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 코로나19 국내 발병 이후 피해 극복과 경기 회복을 위해 현재까지 277조원의 직접지원 대책을 추진했다. 7조8천억원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 총 284조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4.8%에 이르는 규모다. 정부의 올해 국세감면액도 53조9천억원으로 역대 최고다.
정부가 적지 않은 돈을 시중에 투입했지만 당장 경제지표로 나타나는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424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26조1천억원)보다 0.3%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던 7월 소매판매액도 전년 동월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처분 가능한 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에 얼마나 쓰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지난 2분기 기준 67.7%로, 지난해 2분기(70.2%)보다 낮아진 상태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는 돈이 생겨도 빚을 갚거나 미래를 대비해
저축하는 데 쓰는 경향이 나타난다.
시중의 자금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에 쏠리는 것도 내수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통화유통속도는 0.62로 역대 최저치다. 통화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통화가 거래에 사용된 횟수를 뜻한다. 시중에 풀린 돈이 소비·투자로 흘러가기보다는 자산 축적에 쓰인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현금지원·세금감면 정책이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 무산되는 경우도 생겼다. 기재부는 올해 하반기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하루 동안 특정 품목을 구입하면 부가가치세 10%를 환급해주고, 국내여행 숙박비에 소득공제를 30% 해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두 제도 모두 국책연구기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 사실상 추진이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재정투입이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려면 정부 재정도 좀 더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현금지원은 부도·파산을 막는 구제 성격이 커서 경기부양책과 동일한 평가를 할 수 없다”며 “당장 경기부양 효과가 안 나타나더라도 경기가 어려울 땐 가계 대신 정부가 빚을 늘려 어려운 계층을 돕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조영무 엘지(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만큼 분명한
전략을 세우고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