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분야 선두기업인 테슬라가 2년 뒤 배터리를 자체 양산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배터리 데이’를 하루 앞두고 처음으로 배터리셀 내재화 시점을 공식화한 것이어서 더욱 시선이 쏠린다. 특히 이제까지 고객이었던 테슬라와 잠재적 경쟁자로 맞붙게 된 엘지(LG)화학 등은 부산한 모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배터리셀 공급처들이 속도를 최대한 낸다고 해도 2022년부터는 우리가 스스로 조처를 취하지(take action) 않으면 유의미한 수준의 (배터리)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적었다. 테슬라 배터리셀 자체 양산의 목표 시점을 사실상 2022년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제까지 머스크가 배터리셀 내재화 계획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머스크가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 출시 시점을 공개한 뒤 미룬 전적이 있는 만큼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배터리셀 내재화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보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또 현재 파일럿(시험) 설비를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2022년이면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의 관심은 하루 뒤 공개될 ‘테슬라’표 배터리 신기술에 쏠린다. 지난 16일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Electrek)의 보도를 보면, 테슬라가 최근 자체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셀의 부피는 기존의 4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테슬라는 엘지화학 등에서 21700 원통형 배터리(지름 21㎜, 높이 70㎜)를 주로 공급받고 있다. 각형이나 파우치형에 비해 크기가 작고 저렴하지만 셀 1개당 용량도 10배 이상 작다. 차량 1대당 그만큼 더 많은 배터리셀이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부피를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업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에이티엘(CATL),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엘지화학은 일찍부터 기선 제압에 나서는 모습이다. 22일 엘지화학 관계자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를 내년 하반기에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시엠에이 배터리는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 중 하나로, 기존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서 값비싼 코발트 비중을 5% 이하로 줄이고 대신 저렴한 알루미늄을 첨가한 것이다. 에너지 밀도를 좌우하는 니켈 함량은 현재 60∼70%에서 89∼9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에스디아이(SDI)도 니켈 함량이 88%인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내년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테슬라와 배터리 업계가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우리는 파나소닉과 엘지, 시에이티엘 등으로부터 구매하는 배터리셀 물량을 줄이지 않고 늘릴 것”이라며 “(내일 발표할 배터리셀은)2022년 전까지 상당한(serious) 수준의 대량 생산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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