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이야 결국에는 누구나 하겠죠. 하지만 (배터리) 제조는 모두가 잘하지 못할 겁니다.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단연 가장 뛰어난 수준이 될 겁니다.”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는 테슬라가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현재 엘지(LG)화학과 동일한 규모의 배터리 생산 설비를 2년 안에 갖추고, 배터리 원가는 3년 안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파격적인 내용인 만큼 업계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 전기차 타임라인 5년 앞당겨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 앞에서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열고 배터리셀 생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탭리스(Tabless) 기술을 적용해 부피를 5배 늘린 ‘4680’ 원통형 배터리셀을 최근 파일럿 설비에서 생산했으며, 1∼2년 안에 양산할 예정이라고 테슬라는 밝혔다. 특히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숫자 ‘56’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건식 전극 코팅 기술과 실리콘 음극재 등 총 5가지 측면에서 테슬라가 개발하는 기술이 목표 수준에 이르면 배터리팩 가격이 56% 절감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12∼18개월 안에 이런 (기술적) 우위를 실현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완전히 실현하는 데에는 3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에 2023년에는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짜리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게 머스크의 계획이다. 이는 기존에 업계가 예측한 시간표보다 5년가량 앞선 것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리튬이온 배터리팩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56달러였다. 블룸버그는 이 가격이 2024년 94달러, 2030년 62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3년 안에 56% 절감’이라는 테슬라 계획을 똑같이 156달러에 적용하면 2023년 이미 69달러로 가격이 뚝 떨어진다. 전기차가 동급 내연기관차만큼 저렴해지는 기준점인 100달러도 훨씬 일찍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 “2022년엔 100GWh 생산”
규모의 측면에서도 테슬라의 발표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머스크는 “2022년엔 100GWh, 2030년엔 3T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자체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배터리 업체 중 생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엘지화학으로, 올해 말 기준 연산 규모는 100GWh이다. 이는 전기차 100만∼150만대를 충당할 수 있는 물량이다. 2030년에는 테슬라 배터리 생산량이 전기차 약 3000만대분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테슬라의 현재 전기차 판매량은 연간 40만대 수준이며
, 궁극적 목표는 2000만대다.
이 계획대로라면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량이 전기차 판매량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테슬라가 다시 한 번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머스크는 배터리 대량 생산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전 세계가 지속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등 운송수단 용도로 10TWh, 전력 그리드 용도로 10TWh의 배터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평가는 갈린다. 머스크는 이날 주행거리 54% 증가, 배터리팩 원가 56% 절감 등의 목표 수치를 강조하면서도 기준점은 밝히지 않았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갖추려면 약 10조원이 필요하다. 2년 안에 완성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반대의 시선도 적잖다. 박윤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제시하기보다 기존 배터리 공정의 생산성을 개선시키는 방향인 만큼 상당 부분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른 업체도)유사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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