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화학이 올해 3분기(7~9월)에 사상 최고 실적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엘지화학은 3분기 잠정 실적이 연결기준 매출액 7조50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8.8%, 158.7%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엘지화학 사상 최대 규모이다. 직전 역대 최대치는 매출 7조4510억원(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8313억원(2011년 1분기)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주요 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엘지화학이 잠정 실적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적 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엘지화학은 오는 12월초 전지사업부문을 자회사 엘지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분사시킬 예정이다. 엘지화학 관계자는 “물적 분할 등 최근 이슈가 많아 주주들의 관심이 더 커진 상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확정 실적은 오는 21일 발표한다.
다만 지난 6월 인도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처리 비용과 엘지화학이 납품한 배터리가 장착된 현대차의 전기차 코나 화재 발생 비용 분담 처리 관련 비용 등 우발 잠재 비용은 당기순이익 상당부분을 깎아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엘지화학은 이번 ‘깜짝 실적’이 전지·첨단소재·생명과학·팜한농 4개 사업부문의 실적이 모두 고르게 호조를 보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시각도 엇비슷하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가전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에이비에스(ABS) 수요가 늘었고, 미국과 유럽에서의 공급 차질이 폴리염화비닐(PVC)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전지사업부문도 호조 기조를 유지했다고 엘지화학 쪽은 말했다. 판매량이 늘어난 자동차전지사업부는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사업부는 2018년 4분기 일회성 흑자 이후 지난 2분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낸 바 있다. 소형전지사업부 실적으로 잡히는 테슬라 원통형 배터리를 제외하고도 수익을 낸 것이다. 다만 북미 지역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있었던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가 줄어든 탓에 에너지저장장치전지사업부는 적자를 냈을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전지사업부문 전체 실적이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본다.
특히 이번 실적은 지난달 17일 이사회(의장 권영수 부회장)가 전지사업부문의 분사 계획을 결의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지화학 관계자는 “전지사업부문의 흑자 여부도 중요하지만, 석유화학 등 다른 사업부문이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지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며 “올해 계속해서 안정적인 실적이 나오면서 분사 계획을 확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내년에 상장할 계획이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둘러싼 배터리 3사의 희비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의 점유율은 상승 추세지만, 엘지화학을 제외한 삼성에스디아이(SDI)와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2개사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은 여전히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오는 27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에스디아이는 배터리사업을 포함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저유가 사태로 올해 두 분기 연속 적자를 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전체 실적은 3분기에 소폭 흑자를 내는 데 그칠 것으로 업계는 본다.
깜짝 실적에도 주식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엘지화학은 기관들의 260억원 남짓에 이른 순매도 영향으로 전날보다 2만원(2.89%) 내린 67만2천원에 장을 마쳤다.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간 개인들은 이날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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