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효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오른쪽)과 조문균 디지털세대응팀장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세 관련 논의 경과 및 필라 1·2 Blueprint' 주요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구글 등 디지털 서비스 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일반 재화·서비스 판매 기업에도 ‘디지털세’를 부과하되, 적용 기준을 달리해 차등 과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화·서비스 판매 기업으로 분류되는 삼성전자·엘지전자 등 한국 기업은 구글·페이스북 등에 비해 디지털세 부담은 낮아질 전망이다.
13일 기획재정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전날(현지시각) 이런 내용을 담은 ‘디지털세 장기대책 청사진’을 승인했다. 디지털세는 구글·페이스북 등 정보기술 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현지에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본국에만 내던 세금을 수익을 거둔 여러 나라에 나눠 내는 것이 디지털세의 개념이다. 디지털세 적용 대상은 자동화된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하는 ‘디지털 서비스 사업’과 일반적인 재화·서비스를 공급하는 ‘소비자 대상 사업’으로 정했다. 소비자 대상 사업 가운데 중간재·부품 판매 등 비투비(B2B) 업종 및 천연자원, 금융, 인프라 건설, 국제항공, 해운업은 제외하기로 했다.
소비자 대상 사업은 디지털 서비스 사업보다 디지털세 적용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엘지전자 등 한국 기업은 구글·페이스북 보다 상대적으로 외국에 나눠 내는 세금이 적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구체적인 과세 범위, 방법 등 미해결 쟁점은 추후 논의한다.
조세회피 방지 논의의 또 다른 축인 ‘글로벌 최저세율’도 도입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베트남 자회사가 베트남에 낸 세금의 실효세율이 글로벌 최저세율보다 낮으면 한국 정부가 미달 부분에 대해 추가로 과세하도록 하는 것이다. 역시 구체적인 세율 계산법 등은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디지털세 최종방안 합의 목표 시점을 당초 올해 말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년 중반으로 연장했다. 실질적인 시행 시기는 최소 2~3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기재부는 “여러 기관의 분석 결과 세수 측면에서 한국에 반드시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선 전체적인 세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전날 공개한 ‘디지털세의 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디지털세 및 글로벌 최저세율 도입으로 발생하는 연간 세수 증대 효과를 470억~810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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