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기획재정부가 최근 여당과 마찰을 감내하면서 세수 확보 및 재정지출 관리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 이후 돈을 풀면서 재정 적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자 재정 건전성 확보 기조를 다잡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19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주식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신설에 관한 의견서에서 여러 부작용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는 “장기투자 우대 시 자본의 동결 효과가 발생해 거래가 위축될 수 있으며, 장기간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에 감세 혜택이 크게 돌아갈 수 있다”고 이유를 말했다. 주식 장기보유자에게 양도소득세를 감면하자는 것은 여당 일부 의원들의 요구사항이다.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두고도 여당의 철회 요구가 높지만 기재부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대주주 기준 금액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법안 발의를 할 수도 있다는 압박에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현행 방침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여야에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대주주 범위 확대를 유예하라는 정치권의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밀리면, 2023년 시행 예정인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과세 방침도 그때 가서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와 관련해선, 세법 개정 과정에서 여당 요구로 기본공제 금액을 애초 정부 안인 양도소득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올리면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여당의 강한 비판을 받았던 재정준칙 도입방안은 신용평가사의 긍정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재정준칙 추진방안이 발표된 이후 무디스는 “신중한 조처인 재정준칙이 실행될 경우 코로나19 이후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화정책의 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위기가 회복됐을 때를 생각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기재부는 코로나19 같은 위기 시에는 준칙에 구애받지 않고 2025년부터 적용하도록 설계해 재정 정책의 유연성을 담보했다고 강조한다. 내년에도 한국판 뉴딜 사업 등을 위한 확장재정을 펴는 만큼, 재정 적자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에 기재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통해 선제적으로 ‘정부가 안정적으로 재정 관리를 한다’는 대외적 메시지를 주는 효과도 함께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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