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이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탑재될 예정인 엔비디아 칩.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2022년부터 엔비디아 칩을 적용한 커넥티드 카를 본격 양산한다.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 고성능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어디서 쥐게 될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이후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엔비디아 드라이브’(NVIDIA Drive)를 적용한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OS)를 탑재한다고 10일 밝혔다. 엔비디아 드라이브는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컴퓨터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칩만 엔비디아에서 개발한 것을 쓰고,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올해 제네시스 GV80·G80에 처음으로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적용한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를 탑재한 바 있다. 커넥티드 카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와 교통정보, 날씨 등 외부 데이터를 연계해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자율주행을 본격화하기 위한 필수 기술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자율주행용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본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자율주행 기술의 주역은 고성능 반도체다.
한국산업기술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보고서를 보면, 2010년 차량 한 대에 반도체 300여개가 들어간 반면 자율주행 3단계 이상의 차에는 반도체 2000여개가 필요하다. 차량 한 대당 반도체 원가도 2018년 800달러 수준(전기차 기준)에서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사로서는 마냥 아웃소싱에 기대기 어려운 까닭이다.
현대차그룹은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체 개발이 어려운 앱 프로세서(AP) 등 고성능 반도체는 외부에 맡기되, 비교적 개발이 쉬운 반도체는 최대한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전원·구동·센서·전력 등 4가지 반도체는 현대오트론에서 개발하고 있다. 현대오트론은 지난 5월 현대차와 함께 실리콘카바이드 전력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랩(Lab)을 연 바 있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반도체 설계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발표한 테슬라는 반도체에서도 가장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오토파일럿’에 엔비디아 칩 대신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하고 있다. 내년에는 7나노칩 생산을 대만 티에스엠시(TSMC)에 위탁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칩을 설계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독일 폴크스바겐과 일본 도요타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주로 엔비디아 같은 기존 반도체 업체와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 원가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내재화도 과제로 남아 있는 만큼 반도체 개발에 적극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손을 놓고 있으면 미래차 주도권을 일정 부분 뺏기고, 직접 하자니 여력이 없는 일종의 딜레마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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