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13일 낮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이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재식(50)씨는 지난 9일 4시간 만에 동난 소상공인 긴급대출을 받지 못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최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밤 9시면 문을 닫아 매출은 하루 10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뚝 떨어졌지만, 월세 150만원은 꼬박꼬박 내고 있다. 이씨는 “지난 10월 받은 2천만원 긴급대출이 이제 동났다”며 “근근이 버티다 연말연시에 기대를 걸고 물건도 많이 들여놓았는데 기대가 사라져 연말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천억원에 이르는 소상공인 긴급대출이 순식간에 동난 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그만큼 외부 도움에 목말라 있음을 뜻한다. 더욱이 코로나 3차 유행은 지난 2차 유행 때보다 음식점을 비롯한 대면서비스 업종의 시름을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과 한국신용데이터 정보를 보면, 이동량이 11월 마지막주(11월23~29일)와 12월 첫주(11월30일∼12월6일)에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4%, 81.6%로 줄었다. 그나마 2차 대유행 시기인 8월 마지막주(8월24∼30일)와 9월 첫주(8월31일∼9월6일)에 전년 동기 대비 76.5%, 76.3%로 감소한 것에 비하면 이동량이 많이 줄지는 않은 셈이다.
반면 카드 사용액은 대면서비스업이 집중된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졌다. 11월 마지막주와 12월 첫주 음식점의 카드 사용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6.4%, 62.6%로 줄었다. 2차 유행 시기(8월 마지막주∼9월 첫주)에 전년 동기 대비 66.8%, 65.5%였던 것에 비하면 감소 폭이 더 컸다. 현재 진행 중인 3차 유행 시기에 이동량은 2차 유행보다 덜 줄었지만, 카드 사용은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더 줄어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연말까지 현재 2.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 3단계로 강화될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의 규모와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확보된 예산은 3조5천억원 정도다. 지난 2일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신규 재난지원금 예산 3조원에 더해 2차 재난지원금 가운데 미지급된 5천억원도 이월해 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차 재난지원금 규모를 고려하면 현재 수준으로는 어려움이 가중된 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차 재난지원금 예산 편성 때 소상공인 293만9천명에게 100만∼200만원씩 주는 데 3조3천억원, 20만명의 폐업 소상공인에게 재도전 장려금 50만원을 주는 데 1천억원을 배정했다. 여기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을 위한 고용안정지원금은 6천억원이었다. 이 금액만 합쳐도 4조원이다. 현재 마련된 재원보다 5천억원이 많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을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1월 중순 지급을 목표로, 규모 역시 3조5천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검토 중이다. 2차 재난지원금 때 포함된 폐업 재도전 장려금이나 고용안정지원금은 빠듯한 예산 탓에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경제학)는 “내년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을 돕는 것은 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보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침체 방어 효과도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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